[한겨레]
<OTT 합종연횡 시대> 티빙, 16일 파라마운트+ 브랜드관 공식 서비스 시작, HBO맥스-디스커버리+, 티빙-시즌 통합 이어질까 관심 “‘넷플릭스 나비효과’로 프리미엄 OTT 시장 변화” 예측도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시즌, 왓챠, 애플티브이(TV)….’
최근 이용자의 선택지를 늘리기만 하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춘추 천국 시대’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가 연합해 ‘우회 진출’을 돕고, 국내 업체끼리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코로나 특수’를 지나 위기를 맞은 글로벌 오티티 시장 상황과, 공룡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어 경쟁이 심화한 국내 오티티 업계 상황이 맞물리며 ‘전략적 제휴’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추가 요금 부담 없이” “한 개의 구독료로 두 개의 스트리밍”을 이용하라는, 최근 티빙의 광고 문구는 상징적이다. 티빙은 16일 ‘파라마운트플러스 브랜드관’을 공개할 예정이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 가운데 하나인 파라마운트글로벌(옛 비아콤CBS)의 오티티 플랫폼으로, 올해 1분기 기준 유료 구독자는 3900만여명이다. 파라마운트글로벌은 <스타트렉> <스폰지밥> <탑건> <미션 임파서블> <트랜스포머> <씨에스아이>(CSI) 시리즈 등 많은 유명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파라마운트플러스의 한국 진출은 업계는 물론, 국내 ‘트레키’(스타트렉 팬들을 일컫는 말)들의 관심사였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던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관련 콘텐츠를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만 독점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파라마운트플러스가 국내에 독립 플랫폼으로 서비스하는 대신 티빙을 통한 우회 진출을 선택함으로써, 티빙 구독자들은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고 파라마운트플러스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성기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파라마운트글로벌의 한국 진출 전략은 로컬 플랫폼과 협력하는 PIP(플랫폼 인 플랫폼)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글로벌 공룡이라 하더라도 아직 넷플릭스에 견줄 수 있는 규모는 아니라서, 국내에 독자적으로 진출했을 때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파라마운트플러스보다 글로벌 오티티 점유율이 높은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브이가 한국 독자 진출 뒤 가입자 확보에 고전하는 모습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의미다.
티빙과 파라마운트플러스의 협업은 콘텐츠 유통 독점 계약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초 티빙은 파라마운트플러스의 모회사 비아콤CBS(현 파라마운트글로벌)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욘더>는 이준익 감독의 첫 오티티 진출작이자 드라마 시리즈다. 파라마운트글로벌은 <욘더>를 포함한 총 7편의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공동 투자하며, 이 콘텐츠의 해외 유통을 지원할 계획이다. 티빙과 파라마운트플러스는 양사의 협업 계획을 16일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으로 독자 진출을 도모했던 글로벌 오티티 플랫폼 HBO맥스의 계획은 보류됐다. 또 다른 오티티인 디스커버리플러스와의 통합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HBO맥스의 모회사인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병을 완료하며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출범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합병 전 두 회사가 각각 운영한 오티티 플랫폼들을 통합할 예정이다. HBO맥스와 HBO채널의 유료 가입자 수는 1분기 기준 7700만여명, 디스커버리플러스의 가입자는 2400만여명으로, 둘을 더하면 산술적으로는 1억명을 넘는다. 앞서 디즈니의 경우 21세기 폭스를 인수한 뒤 폭스의 자회사인 인도 1위 오티티 플랫폼 ‘핫스타’를 디즈니플러스와 통합해 가입자를 늘리기도 했다.
국내에도 오티티 플랫폼끼리 통합을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티빙의 모회사 씨제이이엔엠(CJ ENM)과 시즌을 운영하는 케이티(KT)의 파트너십 강화가 티빙과 시즌의 통합설에 불을 붙였다. 두 회사는 지난 3월 콘텐츠 투자·제작·편성·유통을 아우르는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발표했다. 이 파트너십 체결에 따라, 씨제이이엔엠은 케이티 자회사인 케이티스튜디오지니에 1천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케이티스튜디오지니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씨제이이엔엠 산하 <티브이엔>(tvN), 티빙 등에 우선 유통될 수 있다. 씨제이이엔엠은 콘텐츠 라인업 강화를, 케이티는 콘텐츠 제작비 확보 및 유통망 확대를 이룬 것이다.
이어 4월에는 강국현 케이티 커스터머부문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티빙에 시즌이 통합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오티티 협력 관계는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토종 오티티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항상 열려 있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하며 통합설을 키웠다. 두 회사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결성한 ‘사업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에는 강호성 씨제이이엔엠 대표, 윤경림 케이티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케이티·티빙 쪽은 여전히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통합 가능성을 크게 본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는 “티빙과 시즌의 결합은 콘텐츠와 플랫폼이 수직결합하는 효과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 두 회사가 협업하면 오티티 가입을 인터넷티브이(IPTV)나 통신, 음악 플랫폼 등 다양한 묶음 판매 형태로 내놓을 수 있어 가입자 확대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오티티들의 합종연횡 풍경은 세계 최대 오티티인 넷플릭스가 겪고 있는 ‘혼란’과 닿아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프리미엄 구독형 주문비디오(SVOD) 서비스를 통해 유료 가입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유료 가입자 수가 감소하며 주가가 하락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최초로 이용료를 낮추는 대신 광고를 보게 하는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방향 전환이 넷플릭스의 수익성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넷플릭스의 성공 공식만 바라보고 오티티에 뛰어든 후발주자들 또한 가입자 확대 외의 수익성 확보 방안을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의 경제매체 <씨엔비시>(CNBC)는 지난달 향후 오티티 업계에서 광고 기반 저가 서비스가 확대되거나 오티티 업체 간 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석 보도를 내놨다. 성기현 겸임교수는 “넷플릭스 주가 하락과 관련한 다양한 분석과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여러 전문가가 광고 기반 서비스 및 스포츠 중계 같은 라이브 채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되면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유료방송과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며, “광고 없는 프리미엄 오티티 시장을 이끌어온 넷플릭스의 변화가, 후발주자들을 포함한 오티티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김효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