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탑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톰 크루즈 레전드 '탑건 매버릭'
2022-06-22
글 : 김수영

24살이던 톰 크루즈를 세계적 스타로 도약시킨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 <탑건>(1986)의 후속편 <탑건: 매버릭>이 36년 만에 돌아왔다. 영화에서도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매버릭(톰 크루즈)은 진급도 제대도 하지 않은 대령이자 현역 파일럿이다. 무인기가 파일럿을 대체할 거라는 비관 속에 매버릭은 자신이 졸업한 훈련학교 ‘탑건’의 교관으로 발령받는다. 지도자보다 현역으로 남고 싶은 매버릭과 최고라는 자부심만 가득한 후배들과의 갈등 못지않게 매버릭을 괴롭게 하는 것은 루스터(마일스 텔러)다. 전편에서 매버릭의 윙맨이자 사고로 목숨을 잃은 구스의 아들 루스터가 탑건의 파일럿으로 나타나 여전히 매버릭을 원망하고 있다. 작전까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팀워크도 훈련도 좀체 진전이 없고 설상가상 매버릭은 교관 자리에서도 퇴출 위기에 놓인다.

“지난 일은 보내버려.” 영화에서 매버릭은 과거와 헤어져야 한다는 조언을 연거푸 듣지만 <탑건: 매버릭>은 과거의 흔적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배치했다. 항공모함에서 조종기의 이착륙을 준비하는 오프닝부터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를 낀 매버릭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풍경, 파일럿들의 발리볼 장면까지 전작의 상징적인 장면을 오마주하여 옛 감성에 쾌감을 더했다. 속편으로서 <탑건: 매버릭>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일등공신은 역시 톰 크루즈다. 예순에도 모험 앞에 타협 없는 ‘위험한 사나이’로 돌아온 매버릭의 활약은 여전하다. 고난도 미션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직접 조종석에 올라 중력에 짓눌리는 표정까지 실감나게 담아냈다. 마하 10까지 치솟는 스피디한 항공액션은 모션시트 없이도 입체적인 영화 체험을 선사한다. 조마조마한 들숨과 쾌감 섞인 날숨을 내쉬게 하는 비행 추격 장면과 푸른 해양을 가로지르는 요트 장면은 전편을 보지 못한 관객도 스릴과 재미를 만끽하기 충분하다. 그야말로 체험형 블록버스터다.

<탑건: 매버릭>은 전작의 성공 요인을 잘 파악하고 제대로 활용한 영리한 속편이다. <탑건>의 제작자 제릭 브룩하이머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감독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뭉쳤고 <오블리비언>으로 톰 크루즈와 합을 맞췄던 조지프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했다. 레이디 가가와 한스 짐머가 참여한 O.S.T 역시 공을 들였다. 경쟁하고 견제하는 인물들의 구도나 러브라인, 매버릭의 트라우마와 갈등의 해소 방식 등 스토리마저 전편과 닮아 있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서사지만 옛 감성의 힘과 아드레날린을 상승시키는 재미로 승부를 걸었다. 앞서 개봉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호평과 더불어 톰 크루즈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는 중이다.

"언젠가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파일럿은 세상에서 사라질 거고 자네 자리는 없다’는 얘기에 매버릭이 답하는 말. 언젠가 그럴지 모르지만, 올여름은 확실히 아니다)

CHECK POINT

<탑건>(1986)

교관 매버릭도 한때 패기만만한 수습 시절이 있었다. 매버릭과 경쟁하던 아이스맨 역의 발 킬머 역시 이 작품 이후 주연배우로 발돋움했다. 두 배우의 앳된 얼굴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당시에도 CG 없는 열연으로 화제였던 비행 액션, 빌보드 차트까지 사로잡았던 주제곡 <Take My Breath Away>와 이번 오프닝에도 삽입된 <Danger Zone>의 매력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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