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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
2022-06-24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남성 히어로의 각성을 위해 도구적으로 희생되는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가리켜 ‘냉장고 속의 여자’라고 한다. 그 숫자만큼 남성 캐릭터를 냉장고에 넣어버리면 냉장고 속의 남자라는 용어가 생길까? 그땐 사체 보관에 용이한 냉장고의 기능만 남겠지. 어떤 여성 캐릭터가 남자를 냉장고에 넣는다고 해도 안일한 복제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 tvN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의 ‘춘옥전골’ 여자들도 냉장고를 이용했다. 노다현(문가영)은 집까지 따라온 스토커와 몸싸움을 하다 정신을 차리니 그가 죽어 있고, 자수하러 간 지구대가 붐벼서 그냥 돌아왔더니 엄마 홍복희(김지영)와 외할머니 나춘옥(예수정)은 시체를 버려진 업소용 냉장고에 넣었다. 한데 운반할 트럭을 가지러 간 사이, 길 건너편 레스토랑 셰프 은계훈(여진구)이 인부들이 공사 중에 착오로 내다버린 냉장고를 가게로 다시 들여놓고 만다. 냉장고를 되찾으려는 갖은 술책이 좌절되는 소동극 속에서 춘옥전골 여자들이 겪었던 폭력의 전사가 드러나고 그들의 각성은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옮겨간다. 다현, 복희, 춘옥은 셋 안에서 하나를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다 같이 살자고 서로를 다독인다. 각성을 위해 죽임을 당하던 여성들이 살아남겠다고 각성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냉장고 속 여자의 전복이 가능해진다.

가슴이 졸아드는 긴장 속에 계훈네와 주고받는 코미디가 찰지고 세 여자가 붙드는 일상 삽화도 충실하다. 밥솥 취사 완료도 되기 전에 ‘국 다 식는다’는 거짓말로 딸을 깨우는 엄마. 자신의 요구도 들어달라는 목격자의 딱한 사정에 공감하다가 다현을 협박하겠다고 했던 건 ‘경우가 없다’고 지적하는 할머니. 정말이지 남 같지가 않다.

CHECK POINT

“냉장고는 생각보다 많은 걸 알려준다.”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의 첫 내레이션은 냉장고를 통해 식생활, 취미, 기호를 읽을 수 있다는 계훈의 목소리다.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마트 집 아들 안대성(이광수)은 구매 품목으로 손님들의 신상을 탐정처럼 파악하는 인물. 두 드라마 모두 오래된 동네와 각자 비밀을 가진 이웃들을 다루는 한편, 지난 2021년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사례와 적용, 실효성을 꼼꼼하게 짚는다. 여성 살인 사건의 30%, 강간 사건 피해자의 20%가 예비적인 스토킹 범죄를 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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