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김철홍 영화평론가의 '토르: 러브 앤 썬더'
2022-07-13
글 : 김철홍 (평론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마지막, “천년 만에 처음으로 갈 곳을 모르겠”다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팀의 우주선에 몸을 실었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여전히 뚜렷한 목표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합류한 코르그(타이카 와이티티), 그리고 가디언즈와 함께 우주 곳곳의 도움이 필요한 행성을 찾아다니던 토르는, 고르(크리스찬 베일)라는 존재가 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인 ‘네크로소드’를 이용해 신을 학살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 타깃을 토르로 정한 고르는 ‘뉴 아스가르드’를 침략해 그곳에 사는 아이들을 납치한다. 이를 막는 과정에서 토르는 자신의 과거 연인이었던 제인(내털리 포트먼)을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제인이 휘두르고 있는 것은 토르의 옛 무기인 묠니르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고르의 능력이 생각보다 위력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토르는 신들의 왕 제우스(러셀 크로)의 힘을 빌리러 신들의 도시로 향한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토르: 라그나로크>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토르의 네 번째 솔로 무비이며, 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히어로 중에선 최초다. 페이즈1의 어벤져스 멤버들이 대부분 세계를 떠난 시점에서, 시리즈의 장기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올드 팬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시리즈임에는 틀림없다.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사람들의 그러한 피로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분신 격인 캐릭터를 활용해 토르의 작중 행적을 직접 이야기해준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영화 전체가 감독의 긴 ‘구전신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영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

<토르: 라그나로크>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영화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마블의 모든 히어로들이 그렇지만 토르 역시 완벽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 중 하나인데, 완벽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위기들과 그렇기에 발휘되는 또 다른 능력들이 꽤 설득력 있는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토르에게 시련을 주는 캐릭터 고르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오프닝에 예고 없이 등장하는 이 어둡고 이질적인 캐릭터가 시종일관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이 영화에 어우러지게 된 공의 상당 부분은 그의 연기 덕분일 것이다. 반면 이번 영화를 통해 MCU에 처음으로 얼굴을 비친 배우 러셀 크로는 무능한 지도자들을 연상시키는 신 제우스 역을 맡아 뛰어난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고르가 신을 몰살시키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로, 향후 MCU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넌 내가 죽인 신들과는 다르군. 네겐 지켜야 할 뭔가가 있지.”(지켜야 할 것이 있는 신을 죽이려는 고르의 대사. 토르는 과연 그것을 지켜낼 수 있을까.)

CHECK POINT

<캡틴 판타스틱>(2016)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보고 나온 당신의 머릿속에 꽤 오랫동안 맴도는 멜로디가 있을 것이다.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대표 히트곡 <Sweet Child O’ Mine>이다. 이 노래가 편곡되어 정반대의 감정을 자아내는 장면이 <캡틴 판타스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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