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온몸으로 전하는 감정, 함께 무너진다 '로스트 도터'
2022-07-13
글 : 김수영

대학 교수 레다(올리비아 콜맨)는 휴양지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하지만 다음날 캘리의 대가족이 해변으로 요란하게 들이닥치고 레다의 평온은 깨진다. 레다는 그들 중 어린 딸 엘레나를 안고 있는 젊은 엄마 니나(다코타 존슨)에게 시선을 뺏기고, 자신도 엘레나만큼 어린 딸을 돌보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레다의 기억과 니나의 풍경이 병치되어 갈수록 레다는 모녀에게 이상한 집착을 보인다.

<로스트 도터>는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각색한 작품으로 배우 매기 질런홀의 첫 연출작이다. 감독은 레다를 통해 여성, 엄마, 학자 등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주며 우리가 누군가를 단일한 정체성으로만 파악해 획일화된 가치를 강요하는 건 아닐까를 되묻는다. 작은 부탁이나 낯선 이의 호의에도 날 서 있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올리비아 콜맨의 강박적인 태도는 내내 인물들 사이에 불편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플래시백으로 보여지는 레다의 과거를 통해 관객은 그녀가 현재 느끼는 불안정함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대사에 전부 담기지 않는 복잡한 감정을 배우의 연기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레다의 심정에 공감하는 폭이 다를 것이다. 젊은 시절의 레다를 연기하는 제시 버클리와 니나 역의 다코타 존슨이 지치고 소진된 젊은 여성의 민낯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낸다. 무엇보다 세 주연배우의 새로운 표정을 발견하는 재미가 큰 영화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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