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초반부 힘찬 전개가 무색한 뒷심 부족 '뒤틀린 집'
2022-07-13
글 : 이자연

새하얀 외관과 널찍한 마당, 말끔히 정돈된 잔디까지 명혜(서영희) 가족이 이사 온 이층집은 밝고 세련됐다. 하지만 이삿날의 설렘이 무색하게도 명혜의 얼굴은 시종일관 어둡고 세 아이들은 그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시간이 지나도 명혜의 컨디션은 좋아지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집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명혜는 더더욱 예민해져 간다. 명혜가 남편 현민(김민재)에게 계속해서 불만을 말해보지만 그는 그저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사진과 달리, 다섯명의 가족 사이엔 묘한 거리감과 불편함이 느껴진다. 결국 명혜가 소음의 근원지인 창고를 발견하고 그 문을 열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금단의 공간에 침범한 가족, 원인을 알 수 없는 집 안의 이상 현상, 섬뜩한 이웃과 불안정한 배경음악까지 영화는 공포영화의 공식을 장면마다 균일하게 배치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힐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마돈나> <공기살인>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에 걸쳐 호러 장르를 장악해온 서영희 배우는 숨소리까지 극적 장치로 활용해내며 무서움을 배가시킨다. 여기에 <뒤틀린 집>을 통해 영화음악감독으로 데뷔한 윤상의 음악이 공포영화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집에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선명해지는 것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가장 두려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특히 세명의 자식 중 입양한 아이만 학대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사건이 겹쳐지며 공포감의 현실성이 높아진다. 모성애라는 돌파구가 납작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관객의 심리적 압박감을 키우는 카메라 워킹이나 인물의 시선이 몰입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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