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에 잠입한 남파 간첩 ‘동림’이 북한 고위 인사의 탈북 작전을 무산시키고,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는 그의 정체를 밝혀내라는 임무를 각각 부여받는다. 서로의 정체를 의심하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상대를 궁지에 몰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두 사람의 뒤틀린 관계는 한국 근현대사의 혼돈스러운 정세를 경유하며 서늘하게 고조된다. <헌트>는 80년대 초 혼란스러운 정국을 배경으로 스파이물의 팽팽한 심리전과 화려한 총격, 카 체이싱 액션을 균형 있게 녹여낸다. 잘못된 신념에서 비롯된 파국을 날카롭게 묘사하며 이 시대를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이 선명히 드러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모개 촬영감독, 박일현 미술감독, 허명행 무술감독 등이 참여해 프로덕션의 완성도를 높였고, 크고 작은 역할의 카메오로 얼굴을 비치는 유명 배우들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출과 공동 각본, 주연까지 맡은 이정재는 첫 연출작으로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받는 쾌거를 이뤘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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