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붓끝으로 그린 듯한 날카로운 눈매와 크고 새까만 눈동자의 배우 이서준의 눈빛은 언뜻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산: 용의 출현>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눈빛은 그가 맡은 역할 사헤에가 ‘뱀’ 같았으면 좋겠다는 김한민 감독의 요청에 따라 이서준이 사헤에를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는 전략적인 행동 대장”으로 해석한 결과였다. “오디션을 3차까지 보고” 맡은 사헤에 역은 스님 변장도 하는 왜군 장수라 품이 많이 드는 역할이었지만 이서준은 “잘해내고 싶은 마음”을 동력 삼아 묵묵히 캐릭터가 되어갔다. 촬영 직전까지 “액션 훈련을 받고, 끝나는 대로 일본어 수업을 듣는” 일정을 병행한 것도 모자라 “일본 예능 프로나 방송 뉴스를 틀어놓고 자는” 수험생 같은 삶을 자처했다. 우려가 있었을 듯한 삭발은 “진귀한 경험이라 여기며 부담 없이” 임했다. 첫 장편 출연작 <울보>의 비행 청소년에서부터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월한 하루>의 형사까지 그동안 이서준이 연기한 캐릭터들 역시 사헤에의 눈빛을 닮아 있다. 이서준은 웹드라마 <음주가무> 시즌2에서는 짝사랑에 빠진 역할을 맡아 다감한 눈빛 연기를 소화해내 멜로도 잘하는 청춘 배우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현직 경찰인 환자 역을 맡았을 당시, ‘7살 때부터 경찰이 꿈이었다’라는 대사를 읽고 이서준이 울컥했던 건 그 역시 “초등학생 때부터 천천히” 배우라는 꿈을 품었기 때문이다. 2013년 연극 <Station 2 & 1/2>로 데뷔한 9년차 배우의 요즘 모토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한산: 용의 출현>으로 연기 인생에 변곡점을 맞은 이서준은 형형한 눈빛으로 “<헤어질 결심>처럼 주인공에게 집중한 세계관에도, <외계+인> 1부 같은 광대한 세계관에도” 들어가보기를 희망하고 있다.
FILMOGRAPHY
영화 2022 <위선자> <한산: 용의 출현> 2020 <사냥의 시간> 2019 <증인> 2018 <물괴> 2017 <미옥> <브이아이피> 2016 <울보> 2014 <성민의 방>
드라마 2022 <우월한 하루> 2021 <마우스> 2020 <슬기로운 의사생활> 2019 <두 번은 없다> 2018 <음주가무> 시즌2 2017 <72초 TV 이너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