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중국 청년영화의 미래
2022-08-15
글 : 한희주 (베이징 통신원)

중국 극장가의 여름은 불볕더위도 녹일 수 없는 한파가 계속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가 풀리고 엔터테인먼트 시설 이용이 정상화되면서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 기대한 것과 달리 2022년의 여름은 이례적으로 성수기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그런 가운데 관객의 발길을 잡아끄는 영화들이 있다. 주이룽 주연의 휴먼 드라마 <인생대사>는 6월 말에 개봉해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누적 박스오피스 3340억원으로 저력을 보이는 중이고, 최근에는 거의 유일하게 여름 시즌을 책임지고 있는 상업영화 <독행월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SF와 코미디 장르를 결합한 <독행월구>는 중국 코미디영화의 명가인 카이신마화에서 기획, 제작했으며 원작은 조석 작가의 웹툰 <문유>로 알려졌다. 개봉 12일째 박스오피스 3860억원을 넘기며 꽁꽁 얼어붙은 중국 극장가를 구할지 기대를 모은다.

반면 극장가의 한파에도 아랑곳없이 지난 7월 말부터 8월4일까지 열린 청년 감독들과 중국 영화인들의 축제인 퍼스트청년영화제의 열기는 뜨거웠다. 총 833편의 영화가 접수됐고 그중 14편의 극영화와 5편의 다큐멘터리 등 총 22편의 수상작을 발표하며 9일간의 축제의 막을 내렸다. 최고 작품상과 최고 감독상은 1997년생 감독인 지크메 트린리에게 돌아갔다. 작품상을 받은 <One and Four>는 지크메 트린리 감독이 2020년 베이징전영학원을 졸업하며 준비한 첫 장편 연출작으로 티베트족 작가인 강양재양의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원작은 티베트 청장 고원 지역에서 발생한 우화를 다루고 있는데, 영화는 한겨울 폭설이 내리기 직전 삼림 감시원의 나무집에 들이닥친 세명의 불청객과 함께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장쯔이는 이 영화에 대해 “정교한 짜임새와 사운드의 변주를 통해 광활한 자연과 대비되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 내면의 본성을 탐구하는 놀라운 작품”이라 평했다. 지크메 트린리는 티베트 소수민족인 장족 출신의 상업영화 감독인 페마 체덴의 아들이다. 이 영화에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페마 체덴 감독은 인터뷰에서 “시나리오 리뷰와 후반작업에 몇 가지 제안을 한 것 외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지크메 트린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촬영이 1년이나 연기되어 어렵게 완성된 이 영화에 대한 화답에 감사해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퍼스트청년영화제는 프로젝트 피칭을 통해 지금까지 30여편이 넘는 영화와 관객이 만났고, 앞으로도 청년 감독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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