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라이트이어>
버즈는 참 이상한 친구다. 장난감이면서도 자신이 장난감인지 모르는 장난감의 등장은 <토이 스토리> 속 우디와 친구들에게는 적잖은 당혹감을, 관객에겐 아이러니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저 놀이의 주체로서 행복해야 할 자신의 존재론조차 잊은 채 우주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는 임무에 갇힌 버즈의 소명 의식은 투철하다 못해 애절하기까지 했다. 거의 30년 만에 등장한 버즈의 솔로 무비 <버즈 라이트이어>는 이러한 장난감 버즈의 기원을 그려낸다. 우주 특공대원 버즈는 자신의 실수로 외딴 행성에 갇히게 된 동료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초고속 비행에 나서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시간의 상대성으로 인해 동료들은 늙거나 사라져가고 버즈는 혼자만의 임무를 계속한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과 그것을 감내하는 이들. <토이 스토리>의 감성은 지속된다.
<무한의 우주 너머: 버즈 라이트이어 비하인드>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어쩌면 버즈 라이트이어의 시그니처 대사만큼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정신을 압축한 어구는 없을 테다. 무한의 공간을 넘어선다는, 즉 불가능을 가능케 하며 종래에 없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도전 의식과 상상력이야말로 지금껏 우리가 보아온 픽사 애니메이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버즈 라이트이어>의 제작 과정을 돌아보는 이 짧은 다큐멘터리는 전술한 버즈 라이트이어의 진중한 의의가 픽사 창작자들의 영감과 창작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근속 10주년에 버즈의 동상을 수여하는 사내 관습은 버즈라는 캐릭터의 힘을 단숨에 대변하기도 한다. 버즈와의 연관성을 떠나더라도 캐릭터 디자인 한톨에도 상상 이상의 심혈을 기울이며 협업하는 애니메이터들의 작업 체계 역시 인상적이다.
<닌자거북이 에볼루션: 더 무비>
90년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니켈로디언의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 시리즈 <닌자거북이 에볼루션>의 극장판이다. 외계 종족인 크랭족이 지구를 정복해 인류가 말살될 위기에 처하자 미래의 닌자거북이들이 인간 제자 케이시 존스를 TV시리즈 기준의 현대 시점으로 보내 사전에 크랭족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TV시리즈에서 느슨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닌자거북이들의 전사와 세계관이 따로 제시되지는 않지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돌연변이 거북이들이 있다는 전제만으로도 이해가 수월한 단선적 이야기다. 닌자거북이들의 상세 설정과 감정선 역시 대폭 축소되어 작품 전반의 깊이를 다소 얕게 만들긴 하나 대신 더 강렬하고 집중된 애니메이션만의 호쾌한 액션과 활력, 닌자거북이들의 호기로운 초능력만으로도 풍족한 극장판이다.
<아-하: 테이크 온 미>
<Take On Me>로 불멸의 명성을 획득한 노르웨이 밴드 아하(A-Ha)의 회고록 격 다큐멘터리다. 비록 국내에는 <Take On Me> 외의 곡과 이후의 활동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구권에서 아하는 지금도 수십만 관중을 동원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함께해온 멤버 모르텐, 폴, 마그네의 관계는 심상치 않다. 다큐멘터리 속 인터뷰에서조차 서로에 대한 험담을 표출하며 적의를 드러낸다. 불화로 인해 몇번의 해체를 겪기도 했다. 함께해온 시간만큼의 애틋함이 가끔 나타나지만 이들이 말하는 밴드의 존속 이유는 ‘우정 아닌 음악으로서의 연대’다. 사적인 감정을 떠나 오로지 음악을 위한, 음악을 통한 교류와 존중으로 밴드가 가능하단 사실과 함께 흐르는 언플러그드 <Take On Me>를 듣고 울먹이지 않을 수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