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비상선언’ ‘한산’, 영화관서 쿠플로 직행…콘텐츠 블랙홀 되나
2022-08-24
글 : 한겨레제휴기사 (한겨레 신문 제휴기사 등록)

[한겨레]

여름 텐트폴 대작 4편 중 두 편 독점 공개, ‘한산’에 부분 투자…‘비상선언’ 라이선스 계약, 드라마·스포츠 중계 이어 개봉영화까지 품어 개봉관→IPTV→OTT 무너지고 다양한 협업

쿠팡플레이가 드라마, 스포츠 중계에 이어 개봉영화까지 품에 안으며 ‘콘텐츠 블랙홀’로 거듭나고 있다. 쿠팡플레이 누리집 초기화면 갈무리

<비상선언>에 이어 <한산: 용의 출연>까지….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 쿠팡플레이가 ‘콘텐츠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 <어느 날> <안나>, 예능 <에스엔엘(SNL) 코리아> 등 오리지널 콘텐츠와 토트넘 축구경기 등 스포츠 독점 중계에 이어 이번엔 극장에 아직 걸려있는 개봉영화까지 독점 공개하며 콘텐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거치며 성장한 ‘오티티의 힘’을 증명하는 사례라는 평가와 함께 대작 영화 개봉에 따른 리스크 헤지(위험 분산·회피)를 위한 영화계의 몸부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플레이는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올여름 극장 최대 흥행작인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을 오는 29일 쿠팡플레이에서 독점 공개한다”며 “극장에서 아쉽게 관람 기회를 놓쳤거나 영화의 압도적인 재미와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쿠팡플레이 쪽은 올여름 텐트폴 영화 가운데 또 다른 한 편인 <비상선언>도 독점 공개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쿠팡플레이는 700만 관객을 향해 순항 중인 대작영화 <한산>을 오는 29일 독점 공개한다고 23일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 <한산>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그린 영화로 6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 중이며,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비상선언>은 송강호·이병헌·전도연·임시완·김남길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계에서는 극장 개봉 대작이 아이피티브이(IPTV) 등 브이오디(VOD) 서비스를 통한 ‘홀드백’(개봉 뒤 온라인 공개까지 걸리는 최소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오티티로 직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등 오티티를 통해 개봉했던 경우와도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리스크 헤지’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80억원을 투입한 올해 라인업 중 최고 대작인 <한산>의 경우, 투자사를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며 “쿠팡이 <한산>의 부분 투자사로 참여하는 대신 극장 개봉에 이어 독점 공개를 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서는 투자금액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피티브이로 공개했을 때, 얼마나 시청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한산>에 20억~30억원대의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플레이는 쇼박스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향후 <비상선언>을 독점 공개하기로 했다.

쿠팡이 투자사로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비상선언> 역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쿠팡플레이 행을 택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쇼박스 관계자는 “<비상선언>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극장 상영 후 시점을 조율해 쿠팡플레이 쪽에 독점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며 “아이피티브이로 갈 경우, 수익배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누기에 (영화를)구매하는 시청자가 몇 명이냐에 따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지만, 쿠팡플레이 쪽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만큼 그런 위험도는 낮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작비 300억원을 투입한 <비상선언>은 누적 관객수가 200만에 그치며 손익분기점(520만)을 크게 밑돌아 부가판권을 통한 수익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쿠팡플레이의 제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 게 업계의 해석이다. 즉, 리스크를 줄이려는 투자배급사와 공격적인 투자로 가입자 수를 늘리려는 쿠팡플레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제 ‘개봉관→아이피티브이→오티티’라는 전통적인 콘텐츠 유통 과정은 변화의 국면을 맞게 됐다.

영화계에서는 이러한 시도에 대해 리스크 헤지와 더불어 다양한 플랫폼과의 협업을 모색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한다. 윤필립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관객들의 영화 선택 기준이 달라져 극장에서 볼 영화와 오티티로 볼 영화를 구분하게 되고, 월정액으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오티티의 힘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영화사나 투자배급사들이 영화를 어떤 플랫폼을 통해 공개할지 좀 더 치밀한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오티티와의 협업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 쪽이 개봉작의 추가 독점 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런 시도는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쿠팡플레이 조규동 홍보마케팅 총괄 이사는 <한겨레>에 “쿠팡플레이의 목적은 쿠팡 와우 회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를 해 나갈 계획”이라며 “올여름 텐트폴 영화 4편 가운데 두 편이 쿠팡플레이를 통해 독점 공개돼 쿠팡플레이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회원들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겨레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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