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TREAMING]
[리뷰 스트리밍] '피스톨' 外
2022-08-26
글 : 이우빈

<피스톨>

디즈니+

“난 반기독교주의자야, 난 무정부주의자야.”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자극적이고 반동적인 노랫말과 펑크 음악은 기성세대의 권위와 정치 체제, 종교적 압제, 영국 왕실의 전통 등 모든 옛것을 깨부수는 70년대의 망치였다. 이 섹스 피스톨스의 일대기를 대니 보일 감독의 6부작 시리즈 <피스톨>이 재구성한다. 밴드의 외적 행보 못지않게 혼돈스러웠기에 겨우 하나의 정규 앨범만 남길 수밖에 없던 밴드의 결성, 부흥, 해체 과정이 기타리스트 스티브 존스의 관점으로 쉴 틈 없이 몰아친다. 자연스레 감독의 전작 <트레인스포팅>을 떠올리게 하는 급박한 속도감의 컷 편집과 한껏 비틀린 앵글, 헐레이션과 포그 필터가 잔뜩 낀 빈티지 감성의 질감, 실제 배우들이 연주하는 공연 장면은 접해본 적 없는 영국의 70년대에 대한 불가항력의 향수를 유발한다.

<1971: 음악이 모든 것을 바꾼 해>

Apple TV+

섹스 피스톨스가 세상을 부숴야만 했던 역사적 맥락은 비틀스를 벗어난 존 레넌이 을 내놓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롤링 스톤스, 마빈 게이, 짐 모리슨, 핑크 플로이드, 이기 팝, 루 리드 등의 수많은 명반이 일상적으로 쏟아진 1971년에서 시작됐다. <1971: 음악이 모든 것을 바꾼 해>는 이 당시 음악적 생산력의 원천이 <피스톨> 속 대사처럼 “모든 음악은 정치적”이란 명제였음을 상기한다. 베트남전쟁을 일으킨 낡은 이념이 60년대에 군림하고, 이것들을 치유하는 듯했던 히피문화와 LSD마저 폭력에 물들여지자 섹스 피스톨스를 비롯한 70년대 대중음악은 반문화로서의 제 역할을 열렬히 수행해야만 했다는 사실에서다. <피스톨>에서도 무한히 경배받던 데이비드 보위의 <Ziggy Stardust>가 피날레를 장식하며 격동의 70년대를 갈무리한다.

<밥스 버거스 무비>

디즈니+

벨처 가족의 영세한 버거집 앞에 대형 싱크홀이 생긴다. 얼른 버거를 팔아서 은행 빚도 갚아야 하고 월세도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설상가상으로 싱크홀에서 시신이 발견되면서 보수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진다. 결국 벨처가의 막내딸 루이스는 오빠, 언니를 설득해서 싱크홀 속 시신의 정체를 밝히고 범인을 잡아 집안을 구하려 한다. 미국 <폭스 채널>에서 10년 넘게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시리즈 <밥스 버거스>의 극장판이다. 2014년과 2017년 에미상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수상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 인지도는 아직 낮다. 그러나 폭스사의 또 다른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심슨 가족>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좋아할 법한 성인용 블랙코미디로 고수위의 풍자가 가득하다. 실소를 불러일으키는 뮤지컬 넘버는 덤이다.

<도쿄 방치 식당>

왓챠

도쿄시 남단 120km에는 도쿄 행정령에 속하지만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잊힌 이즈오섬이 있다. 편의점조차 없는 완전한 시골. 이곳에서 나고 자란 나기사와 전직 재판관인 중년 여성 히데코는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에서 도망치듯이 섬을 찾은 사람들은 선술집에서 도시 생활의 온갖 고민과 매너리즘을 벗어낸 후 도시로 돌아간다. 언뜻 섬 버전의 <심야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도심 속 현실적인 피난처가 되는 <심야식당>과 달리 <도쿄 방치 식당>은 외딴섬이라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에 더해 비현실적 색감, 자연경관이나 기계 같은 인물들의 움직임 등으로 한층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저승으로 가려는 가련한 영혼들을 설득해 도시라는 이승으로 돌려보내는 일종의 림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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