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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빅마우스'
2022-08-26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평온한 얼굴로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 100개를 세는 남자. 승률 10%의 삼류 변호사였던 박창호(이종석)는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라는 혐의로 구천 교도소에 수감된 신세다. 창호의 교도소 생활은 절박하고 또 코믹한데, 아내 고미호(임윤아)에게 사망 보험금을 남기려 흉악범들에게 ‘나 좀 죽여달라’고 달려들면 상대가 어이없이 나가떨어지는 식이다. “한번도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어서 내 주먹이 이렇게 센 줄 몰랐다”는 황당한 내레이션에 교통사고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창호의 꿈속인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의심은 MBC 드라마 <빅마우스>의 중요한 동력이다. 빅마우스가 아니라는 것을 소명할 수도 없고, 빅마우스라 주장해도 모두를 믿게 하기는 불가능한 상황. 박창호의 생존 전략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빅마우스일지도 모른다고 의심케 하는 것이다. 극 안에선 무능한 변호사 박창호를 깔보던 이들이 ‘혹시’와 ‘설마’로 판단력을 흐리는 블랙코미디를 펼치고, 극 바깥의 시청자는 진짜 빅마우스의 정체를 두고 거의 모든 등장인물에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온갖 떡밥에도 지치지 않고 드라마를 따라갈 수 있던 건 앞서 턱걸이 장면 때문이었다. 창호의 바스트숏에서 풀숏으로 이어지는 턱걸이 100개의 진상은, 그가 덩치 좋은 재소자의 스 운동을 돕는다고 목마를 탄 모습이었다. 진실의 일부만 드러내 오해를 만드는 이야기의 기술을 이렇게 유쾌하게 깐다면 나중에 보여줄 풀숏도 즐겁게 기다릴 수 있다. 사람을 때린 적이 없다던 내레이션도 8회에 전체상이 드러난다. 보육원 동생들 간식을 챙기고, 보육원 애들이 욕을 먹을까 싸움도 하지 않는다던 창호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처음 그의 편에 선 사람이 미호였다. 의심으로 혼탁한 드라마에서 맑은 신뢰를 뿜는 부부. 믿는 구석이 여기였다.

CHECK POINT

창호는 감옥에서 빅마우스의 실체를 더듬어가고, 간호사 미호는 사건의 근원인 구천병원을 파헤친다. 안과 밖. 이동과 연락에 제한이 있는 두 가지 경로의 진실 추적을 tvN 드라마 <아다마스>에선 일란성쌍둥이 형제가 맡는다. 인간 심리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 동생의 언변에 질릴 만하면, 성질 급한 검사 형이 바보 놈이라고 면박을 주는 개운함. 속으로 끈끈해도 겉으로 데면데면한 쌍둥이 형제가 그럴싸해서 두 캐릭터 모두 배우 지성이 연기한다는 걸 깜빡 잊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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