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이다. 남북 최초의 비공식 공조 수사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공조>(2017)가 속편 <공조2: 인터내셔날>로 관객 앞에 나선다. 김성훈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석훈 감독은 <공조2: 인터내셔날>을 통해 더 치밀하고 확장된 세계관을 구현했다. 림철령(현빈)과 강진태(유해진) 앞에 나타난 FBI 형사 잭(다니엘 헤니). 서로를 쉽게 믿을 수 없지만 서로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미묘한 상황 속에서 강력한 빌런 장명준(진선규)을 잡기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세운다. 능청스러운 철령과 전투적인 진태, 사뭇 진지해진 민영(임윤아)까지, 전작에서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수식어를 달고 이들이 돌아왔다. 5년의 시간 동안 <공조>의 세계관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9월7일 개봉을 앞두고 변화의 지점을 둘러보았다.
01 쉬지 않는 액션- 카 체이싱, 총격, 격투⋯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공조>의 스토리는 이 한 문장에서 시작한다. 북한 특수 정예부대 출신 림철령(현빈)의 배경을 설득하듯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였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카 체이싱, 총격, 격투 등 고난도 장면을 통해 <공조>는 고유한 액션 스타일을 완성했고 이야기 전개의 속도를 높였다. <공조2: 인터내셔날>은 남한으로 숨어든 국제 범죄 조직원을 잡기 위해 공조 수사를 펼친다는 내용으로 이전과 유사한 골자를 갖지만 그보다 더 치밀하고 화려한 액션 신을 제공한다. 뉴욕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총격부터 건물 전체를 활용한 전투까지 이전보다 더 커진 스케일과 정교한 액션을 그려낸 것. <공조>부터 함께해온 최동헌, 김태강 무술감독은 전편보다 액션 규모를 키우고자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고 나노 단위의 전략을 짰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로컬 촬영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이러한 구상은 필연적이기도 했다. 뉴욕 시가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장면을 세트장으로 전환해야 했기에 한정된 공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촘촘한 구성이 중요했던 것이다. 두 무술감독은 세트장이 채 다 지어지기 전부터 공간의 특성을 점검하며 동선을 정하고 구간마다 세밀한 액션 디테일을 디자인했다.
특히 FBI 형사 잭(다니엘 헤니)이 가세하면서 세 인물의 성격을 액션 방식에 그대로 드러내는 재미도 더했다. 이번 편에서 무술 장면이 대폭 늘어난 강진태(유해진)는 유도 기술과 주짓수 기술을 활용해 한국 형사의 투박하고 코믹한 생활형 액션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유해진 배우는 주변 환경을 반영한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또 빌런 장명준(진선규)과 림철령은 같은 북한 출신이라는 배경을 고려해서 동일한 무술 베이스로 동작을 취하되, 날카로움과 날렵함의 차이를 주어 긴장감을 유지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잭은 스마트한 성격을 부각하기 위해 총격 액션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자체 제작한 곤돌라까지 동원한 북측 숙소단 장면에서는 세 주인공이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기 다른 이와 전투를 벌이면서, 따로 떨어진 듯 하나로 뭉쳐지는 극적인 장치를 더하기도 했다. 전편에서 많은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은 두루마리 휴지 액션도 2편만의 재치 넘치는 생활용품으로 탈바꿈하여 영화에 경쾌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02 뉴욕 시가지 장면의 비밀
<공조2: 인터내셔날>도 전세계적 재난을 피해가기 어려웠다. 오프닝의 압도적인 뉴욕 신을 위해 현지 촬영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로 사실상 진행이 불가능했다. 길고 긴 논의 끝에 뉴욕 시가지를 모두 세트장으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이태훈 미술감독은 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미술팀은 뉴욕 소호 거리를 모티브 삼아 구글맵으로 뉴욕 길 위를 샅샅이 훑었다. FBI 본사에서 공항으로 가는 각본 속 상황을 반영하고자 중심지에서 뉴욕 공항까지의 실제 여정을 모두 세트장으로 구현했다. 가로등과 공중전화, 우체통과 그래피티로 가득한 외벽 등 섬세한 소품까지 배치하여 현실성을 높였다. 1만여평의 춘천 부지에 아스팔트를 깔고 4차선 도로부터 인도와 상가까지 들여놓으면서 머릿속으로 구상해놨던 그림을 구축해나갔다. 장장 6개월이 넘는 작업이었다.
<공조2: 인터내셔날>의 화려한 액션에 반응하는 주변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북측 숙소단 장면은 총격 신인 만큼 시각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쉽게 터지고 깨질 소품이 필요했다. 파편이 많이 날릴수록 그 효과가 두드러졌지만 안전성에 취약했다. 그래서 레퍼런스로 삼았던 영화 <매트릭스>(1999)의 장면처럼 총격으로 건축구조물 자체가 깨진다는 개념으로 건물의 대리석을 깨뜨렸다.
지난 5년간 인물이 처한 상황 변화에 따라 바뀐 공간도 있다. 바로 강진태의 집이다. “빚을 영끌했다”는 진태의 아내, 소연(장영남)의 말마따나 이전보다 더 넓은 거주 환경으로 바꾸었다. 잭과 림철령, 두명의 외지인이 함께 머물러야 하는 상황도 고려한 결과다. 무엇보다 강진태의 집이 등장하는 장면은 숨가쁘게 이어지는 액션 신 사이에서 관객이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로 꾸려졌다. 가족간의 엉뚱한 코믹 신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03 예측 불가한 한국-북한-미국의 긴장
<공조>에서 림철령과 강진태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나가는 관계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FBI 형사 잭이 새로 등장한 <공조2: 인터내셔날>은 남한, 북한, 미국 세 국가의 미묘한 관계에서 연장된 예측 불허한 삼각구도를 보여준다. 특히 두 번째 남북 공조를 펼치게 된 림철령이 경력직으로서의 여유로움과 능글맞은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캐릭터 변화에 대해 이석훈 감독이 설명을 덧붙였다. “<공조>는 가족을 잃은 림철령의 복수를 가장 중요한 미션으로 다룬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에서 조금씩 회복해나가는 철령이 이제 유대감이 생긴 진태와 그의 가족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경쾌함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3국의 정치적·외교적 관계를 주요 소재로 삼거나 깊이 파고들지 않고 영화의 배경으로만 자리하게 하면서 림철령, 강진태, 잭이 서로 속이거나 협조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의 근거로 전환시켜 균형을 이루었다. 3인의 역학 관계에서 비롯한 코미디를 기대할 수 있다.
04 신스틸러 조연 열전
조연의 활약도 눈에 띈다. <공조>에서 강진태와 마찰을 빚으며 긴장감을 이끌었던 국정원 간부 양복쟁이(박형수)와 더불어 그를 돕는 신참 요원 선호(이민지)가 독특한 조합을 드러내면서 웃음의 강도를 고조시켰다. 호들갑스럽게 철령을 좋아하던 민영(임윤아)도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림철령, 강진태, 잭이 공조하는 가운데 그 과정을 도모하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리매김한 것이다. 주요 3인만을 강조하지 않고 주변인을 개성 있게 내세운 데에는 이석훈 감독만의 이유가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색깔과 삶의 태도로 관객에게 사랑받을 때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보람이 크다. 또 여러 인물이 함께 화학작용을 낼수록 이야기가 풍성해진다고 믿는다. 민영의 경우, <공조>를 관객 입장으로 봤을 때 예상치 못한 재미가 무척 큰 인물이었다. 자칫하면 민폐 캐릭터로 비칠 수 있는데도 천부적으로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극중에서 민영에게 더 많은 일을 주고 싶었고, 그 경로에서 민영이 맞닥뜨릴 또 다른 사건들이 궁금했다. 다만 연결 고리가 억지스러워 보일까봐 자연스러운 경로를 찾으려 노력했다.”
05 빌런의 게임
수사극의 정점에는 항상 빌런이 있다. 빌런의 위력이 세질수록 극을 향한 몰입도는 더욱 높아진다. 글로벌 범죄 조직의 리더이자 북한 출신인 장명준은 마약을 유통하며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유 없는 악행을 계획하는 무자비한 악인이다. <공조>에서 차기성(김주혁)이 위조 지폐 동판을 탈취하기 위해 림철령의 아내를 살해하며 안타고니스트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면, 장명준은 다른 인물과 감정적 교차 없이 전세계를 누비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지략적인 면모가 부각되지만 동시에 격투를 벌이는 데 망설임 없는 모습에서 관객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얼굴을 뒤덮은 헤어스타일은 진선규가 고안해낸 장명준의 특징. 좀처럼 속을 알 수 없고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외형으로 위압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