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 감독 캣 코이로, 아누 발리아 / 출연 타티아나 매슬래니, 마크 러펄로, 팀 로스, 베네딕트 웡, 진저 곤자가, 자밀라 자밀 / 플레이지수 ▶▶▶▷
무엇보다 익히 아는 남성 헐크가 아닌 여성판 헐크의 탄생 배경이 궁금할 터다. <변호사 쉬헐크>(이하 <쉬헐크>)의 주인공은 변호사 제니퍼 월터스로, 어벤져스 히어로 헐크 브루스 배너의 사촌이다. 둘은 자동차 여행 중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브루스의 피가 제니퍼의 상처로 스며들면서 헐크 변이 유전자를 이어받게 된다. 9개로 구성된 전체 에피소드는 제니퍼의 정체나 슈퍼히어로의 숙명으로 인한 고뇌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질질 끌 생각이 없다. 에피소드 시작부터 제니퍼의 실체를 바로 소개하고, 1편이 끝나기 전까지 치밀하지는 않더라도 무리 없는 수준의 템포로 제니퍼가 슈퍼히어로의 정체성을 수용하는 것과 함께 능력을 운용할 채비를 마치는 전사를 경쾌하게 밀고 나간다.
<쉬헐크>는 페이즈 변환과 더불어 더욱 확장해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 속 정치적 저변 확대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 등장한 <미즈 마블> <문나이트> 등에서 보듯 마블은 지금 비성인, 비백인, 비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방식의 정치적 올바름을 콘텐츠로 삼는다. <쉬헐크>는 여성에 방점을 찍는다. 헐크로 변신하는 동력인 분노와 두려움을 모든 여성의 기본 바탕이라고 말하는 대사를 보더라도 1편은 주로 여성을 압박하는 환경을 향한 제니퍼의 통쾌한 일갈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한편 <쉬헐크>를 설명하는 다른 키워드는 유머다. 브루스와 티격태격하는 상황도 그렇지만, 한회를 거의 꽉 채우는 <데드풀>급의 농담이 향연처럼 펼쳐지고, 앞으로 공개될 회차도 같은 기조로 나갈 것 같다. 또 제니퍼의 직업을 고려한 법정 드라마의 면모도 즐길 만한 요소다. 제68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타티아나 매슬래니가 제니퍼를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