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긴급한 건 낭떠러지에 놓인 사람의 허리에 생명줄을 묶어주는 일, '홈리스'
2022-09-14
글 : 이유채

갓난아기 우림(신현서)을 함께 키우는 배달 기사 한결(전봉석)과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운(박정연)은 누구에게도 집 주소를 불러줄 수 없는 처지다. 말 그대로 집 없이 찜질방을 전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음주 이사를 하면 떠돌이 생활에서만큼은 벗어날 거란 부부의 소박한 기대는 보증금 사기를 당하면서 물거품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우림까지 다쳐 보금자리가 더 절실해진 상황에서 한결은 고운과 아이를 어느 오래된 이층집으로 데리고 간다. 배달하면서 친해진 할머니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자신에게 집을 봐달라고 했다며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자는 한결의 말에 고운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미심쩍어한다.

<홈리스>는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불운을 제힘으로 막아낼 수밖에 없는 한 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안정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이야기를 진진하게 풀어낸다. 세 식구가 낯선 집에 입성한 뒤부터 시작하는 사라진 할머니에 대한 미스터리가 짧지만 강력하게 작동하고, 극단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있을 법한 사건들은 긴밀하게 조응하며 관객을 빨아들인다. 사회적 위험에 빠진 인물들이 도움받을 기회에서 미끄러지는 악순환은 주변의 무관심한 태도와 예민하게 작동하지 않는 복지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생존을 위해 자꾸만 나쁜 선택을 하는 한결과 고운을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건 신예 배우 전봉석과 박정연의 설득력 있는 호연 덕분이다. 다만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세 인물을 남겨두고, 해석은 관객에게 넘기는 결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임승현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50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한국 극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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