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엉킨 실타래가 없으니 풀 실타래도 없다, '오! 마이 고스트'
2022-09-14
글 : 이유채

홈쇼핑 스튜디오 FD를 구한다는 소식에 열정만 가지고 현장을 찾은 취업준비생 변태민(정진운)은 야간 당직을 무사히 마치면 일하게 해주겠다는 뜬금없는 제안을 받는다. 알고 보니 일전에 스튜디오 야간 순찰을 돌던 경비원이 귀신을 보고 쓰러진 사고가 있었던 것. 다행히 귀신 보는 능력이 있어 그날 밤을 수월하게 넘긴 태민은 야간 당직을 도맡는 조건으로 정식 채용된다. 순찰 중에 다시 만난 지박령(안서현)에게 ‘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와 아웅다웅하며 새로운 일에 적응해나가던 태민은 스튜디오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지자 콩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한편 스튜디오 새 대표 강세아(이주연)는 그 어려운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태민에게 호기심을 보인다.

방송국 괴담을 소재로 한 코믹 호러 <오! 마이 고스트>는 귀신들의 사연에서부터 탐정 인간과 조수 귀신의 콤비 플레이, 의뭉스러운 조연 캐릭터들의 속내까지 흥미를 유발할 만한 설정이 많다. 그러나 모두 대략적인 구상으로만 존재할 뿐 구체화되지 못해 전체적으로 희미하다는 인상을 준다. 사연은 감동이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만한 일화로 단순하게 버무려져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 역시 싱겁게 끝난다. 세아가 숨겨왔던 가족의 파란만장한 역사는 술자리에서 몇 마디로 축약되고, 콩이가 기억하지 못한 의미심장한 과거는 몇컷으로 정리된다. 시각적 상상력을 펼치기에 최적인 기회를 번번이 날린 셈이다. 웃음에 대한 강박은 극의 리듬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장면에서조차 잔재미를 만들어내느라 영화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그만큼 이야기의 진척은 더디다. 주로 대사를 유머의 도구로 쓰지만 실없는 농담으로 빚어진 터라 효과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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