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극본 크리스 와이츠,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톰 행크스, 벤저민 에번 에인즈워스, 조셉 고든 레빗, 신시아 어리보, 키안 라마야 / 플레이지수 ▶▶
<피노키오>는 1940년에 제작된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자사 실사화 리메이크작이다. 이 실사화 프로젝트가 일찍이 주목받은 이유는 리메이크의 연출을 맡은 감독이 다수의 흥행작을 만든 로버트 저메키스라는 점과 <포레스트 검프>부터 이어진 로버트 저메키스와 톰 행크스의 네 번째 협업이라는 점이었다. 아쉽게도 <피노키오>는 세간의 기대만큼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피노키오>의 가장 큰 문제는 연출이 영상화 이상의 영화화를 위한 수고를 감행하지 않는 데 있다. 우선 실사 촬영과 컴퓨터그래픽의 결합이 눈에 띄게 어색해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에 녹아들지 못한다.
제페토 역의 톰 행크스는 배역의 특성인 부성과 자애를 어떻게든 스크린에 현현하지만 그의 연기는 내내 영화로부터 붕 떠 있어 관객의 몰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전반적으로 피노키오(벤저민 에번 에인즈워스)의 모험에는 위기가 부재하다. 특히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큰 스펙터클을 제공하는 고래 배 속 탈출 시퀀스는 심심하고 어색하게 연출돼 있어 해당 시퀀스가 마땅히 제공해야 할 스릴과 전율을 제시하지 못한다. 몇몇 뮤지컬 시퀀스 또한 연출의 묘가 전혀 없어 그저 해당 캐릭터가 노래할 차례여서 노래할 뿐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플롯 또한 엉성한 부분이 많다. 가령 요정(신시아 어리보)이 인간이 되고 싶은 피노키오에게 제시하는 세 가지 미션인 용기와 정직 그리고 고운 마음씨 베풀기는 관람 후 스토리를 복기해봐도 달성 여부가 모호하다. 장애를 가진 발레리나(키안 라마야)의 등장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 신시아 어리보가 연기하는 파란 요정 등 디즈니가 진일보한 시대 흐름에 발맞춘 다양성의 고려는 주목할 만한 영화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