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고다르에게 보내는 인사
2022-09-23
글 : 이주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하마구치 류스케의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감독을 대면 인터뷰한 것이 최고의 수확이 아니었나 싶다. 그 두편의 영화를 본 것만으로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대성공이었다. 올해도 그런 아름다운 영화들을 만나 흐뭇한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5일 개막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선 개막까지 약 2주가 남았다. 2주 동안 신중하게 실패 없는 관람 시간표를 짜고 싶지만 현실이 도와줄지 모르겠다. 현실 핑계를 대는 이유는 올해도 출장 모드인 건 변함없기 때문이고, 더 솔직한 이유는 부지런하게 움직여 보고 싶은 영화의 좌석을 확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꼼꼼히 상영작들을 살펴보았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미리 보았던 반가운 영화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중 웬만해선 후회하지 않을 영화 3편을 추천하자면 루카스 돈트의 <클로즈>, 제임스 그레이의 <아마겟돈 타임>, 루벤 외스틀룬드의 <슬픔의 삼각형>이다. 세편 모두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좋았던 개인적 강추작들이다. 피에트로 마르첼로의 <스칼렛>, 노아 바움백의 <화이트 노이즈>,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같은 거장들의 신작과 미야케 쇼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트라 파라하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씨 유 프라이데이, 로빈슨>도 올해 부산에서 보고 싶은 영화들의 목록 앞칸을 차지하는 작품들이다.

<씨 유 프라이데이, 로빈슨>은 장뤽 고다르와 이란의 작가이자 감독인 에브라힘 골레스탄이 매주 금요일에 가졌던 예술적 교류를 기록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9월13일 고다르의 타계 소식에 마음이 찡했던 영화 팬들이라면 이미 이 영화를 찜해두었을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이번주 <씨네21>도 좋아해주지 않을까 싶다. <씨네21>은 앞으로 3주에 걸쳐 장뤽 고다르가 탐구하고 실험한 영화들에 대해, 그의 영화적 삶과 궤적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다. 연속 기획의 첫 번째로 고다르의 필모그래피와 생애를 집약해보았으며, 프랑스 현지에서 나온 반응들을 모았다. 김호영 한양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는 누벨바그 시대의 고다르에 대한 글을 보내주었다. “고다르의 죽음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긴 글의 운을 뗀 김호영 교수는 “그의 죽음은 잊고 있던 그의 영화 세계의 광활함과 비범함을 새삼 일깨워준다”고 했다. 그렇다, 새삼!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사라지고 너무 빨리 잊히는 시대에 <씨네21>은 새삼스럽게 천천히 그리고 열렬히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고 한다. 그것이 영화 전문 매체의 특권이란 생각도 든다. 다음주에도 그다음주에도 고다르의 광활하고 비범한 영화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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