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스페이스]
[트위터 스페이스] 김혜리의 랑데부 :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다 잘된 거야’
2022-09-23
진행 : 김혜리
진행 : 송경원
정리 : 이유채 (객원기자)
이 시대의 죽음에 대하여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목요일 또는 금요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i/spaces/1zqJVPQWRZmKB?s=20)

김혜리 @imagolog 프랑스영화 <다 잘된 거야>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21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이 쓴 동명의 자전적 소설이 원작인데요. 베르네임은 <스위밍 풀> <5X2>와 같은 오종 감독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작가이기도 합니다. 영화에는 2017년에 작고한 그를 회고하는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스며 있습니다. 배우 소피 마르소가 연기하는 소설가 주인공의 이름이 그대로 엠마뉘엘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죠. 그 밖에도 극중 엠마뉘엘의 남편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일하는 평론가로 나오는데요. 실제 엠마뉘엘 작가의 반려자 세르주 투비아나 역시 같은 기관의 관장을 역임했습니다. 아버지와 이혼한 엠마뉘엘의 어머니 클로드(샬럿 램플링)의 직업은 미술가인데, 실제 작가의 어머니의 직업은 조각가로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다분히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김혜리 @imagolog 영화는 엠마뉘엘이 한통의 전화를 받고 렌즈도 제대로 못 낀 채 뛰쳐나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가 들은 소식인즉슨 80대 중반인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가 뇌졸중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사건은 그 뒤에 일어납니다. 거동조차 할 수 없게 된 아버지가 딸에게 자신의 안락사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프랑스에서 안락사는 불법인데도 말이죠. 사랑이 넘치는 부녀지간도 아니고 잘못되면 자신에게 트라우마가 남을 수도 있지만 엠마뉘엘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의 관련 업체를 알아봅니다. 이제 엠마뉘엘이 병원 의료진의 눈을 피해 아버지를 파리에서 스위스로 탈출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부터 영화는 케이퍼 무비와 같은 드라마를 펼쳐냅니다.

김혜리 @imagolog 오종 감독은 안락사라는 심각하고 우울한 주제를 무겁게 하중을 걸지 않고 약간의 농담까지 포함해 다룹니다. 그런데도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는 쓸쓸한 것이죠. 중년에 접어든 딸이 고령의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이야기니까요. 그 과정을 경험하는 자식의 감정이 중심인 영화는 간병하고 안락사를 알아보느라 분주한 딸로서의 엠마뉘엘의 모습뿐만 아니라 운동을 다니는 그의 일상적인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보여줍니다.

김혜리 @imagolog 이 영화는 길게 설명하는 플래시백 대신 순간적인 플래시백을 서술 방식으로 취합니다. 관객은 플래시백의 사이사이를 메워가며 이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역사를 짐작하게 되죠. 엠마뉘엘은 자기중심적 가부장이었던 아버지한테서 어릴 적 받았던 언어적인 학대나 감정적인 상처를 퍼뜩퍼뜩 떠올리지만 그가 그동안 쌓인 원한을 이제라도 풀려는 장면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고령화사회의 한 측면이기도 할 텐데요. 자식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에 일일이 연연하지 않게 될 만큼 나이가 든 거죠. 요컨대 이 영화는 불가피하게 다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가족 사이에 자리 잡은 냉담함 같은 것을 한탄하지 않고 담담하게 다룬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혜리 @imagolog 간단한 대화 장면의 톤과 매너를 통해서도 이 집안의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 엠마뉘엘에게는 파스칼이라는 이름의 여동생(제랄딘 펠라스)이 있는데요. 아빠가 안락사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사실을 언니로부터 전해 듣는 장면에서 동생이 “아빠가 언니한테 선물 주는 건가. 언니 어렸을 때 아빠가 죽길 바랐었잖아”라는, 감히 입에 올리기 힘든 말을 합니다. 중요한 건 이런 이야기를 둘이 음식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나눈다는 겁니다. 구구절절 보여주지 않아도 두 여자가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깊고, 이런 돈독한 자매 관계는 아버지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자아냅니다.

김혜리 @imagolog <다 잘된 거야>는 죽음에 품위가 있고 없음에 계급의 영향이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미술품 컬렉터인 앙드레는 자신이 단순히 부유한 것이 아니라 문화의 귀족 같은 취향을 가졌다는 것에 늘 자부심을 안고 살아왔는데요. 그래서 이 남자는 끝까지 죽음도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주문해서 얻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보면 오만할 수도 있는 태도를 앙드레가 보일 수 있는 건 그에게는 떠날 날을 정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말이죠. 그래서 이 영화는 특정 계급이 죽음을 맞는 방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보편적이지 않을 수 있겠으나 평균수명이 확실히 늘어난 시대에 부모를 여의는 자식의 연령도 높아졌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보편적인 면이 있겠습니다.

<다 잘된 거야>와 함께 보면 좋을 작품

<딕 존슨은 죽었습니다>

송경원 @enkisoki 다큐멘터리 <딕 존슨은 죽었습니다>는 창작하는 중년의 딸을 둔 고령의 아버지의 죽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 잘된 거야>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커스틴 존슨 감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80대 중반의 아버지 딕 존슨을 찍은 영화인데요. 기록과 상상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담아내 형식적으로 독특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극중에서 죽다가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는 딕 존슨은 이런 표현을 합니다. “내가 지금 이런 영화를 찍는 게 완전히 가상은 아니야. 왜냐하면 누구나 죽으니까. 나는 이게 어느 정도는 현실이라고 생각해.” 바로 이 지점이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체험을 영상물을 통해 보편적인 통찰로 연결시키고 모두의 이야기로 번져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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