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의 성공으로 속편을 제작했다. 기쁘면서도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 개봉 후 몇달 안돼서 제작사와 투자사쪽에서 속편을 제안해왔다.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해 앞뒤 생각하지 않고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속편을 제작하려니 두려웠다. 기대치를 반영하면서도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무엇을 지켜갈 것인가,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를 정하는 게 어려웠다.
그런 결정을 할 때 무엇을 중심에 두었나.
= 안타고니스트가 자신이라는 것. 내가 저지른 일을 스스로 폭로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지는 과정이 주요한 코미디 요소다. 더불어 흑화된 위정자가 초심을 잃고 저지른 짓을 스스로 되잡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직을 잃을지언정 초심은 되찾는다는 구조는 가져가야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박희철(김무열) 역시 거짓말을 못하는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무엇을 기대한 설정인가.
= 을의 항변을 좋아한다. 전편에서도 박희철과 보좌관들 캐릭터에 마음이 갔다. “우리 영감 맨날 마라톤 뛴다고 내 도가니 다 나갔다”는 식의 대사들을 좋아한다. 꾹꾹 참은 게 폭발한다는 설정이라면 주상숙(라미란)보다 박희철이 터뜨릴 게 많을 거다. 관객 역시 더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부부나 가족처럼 가까운 인간관계도 100% 좋을 순 없다. 51%의 애정과 49%의 얄미운 마음인데 언제나 미움보다 몇% 큰 장점 때문에 참는 거다. 그 49%의 마음이 튀어나와버렸을 때 상대방은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까. 한번도 말한 적 없는 불만일 테니까. 전편에서는 박희철이 명확하게 리액터였지만 이번에는 둘 다 액터이자 서로의 리액터라 전작과 분명한 차별점이 되리라 봤다.
헌신적으로 보좌하는 박희철의 입이 열리면 무슨 말이 나올까 궁금했다. 박희철의 49%의 마음을 대사로 옮기는 일은 어렵지 않았나.
= 영화감독이 된 지 12년 됐는데 쭉 같은 회사와 일했다. 이런 경우가 흔치는 않다고 하더라. 가족도 아닌데 나라고 회사 대표님에게 할 말이 없겠나. 그렇지만 좋은 게 더 많으니까 12년이나 작업했겠지. 나에게도 진실의 주둥이가 있다면? 무슨 얘기부터 나올지 나부터 무섭다. (웃음) 이런 마음을 떠올렸을 때 주상숙과 10년간 함께 일한 박희철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 혹은 가까운 사람에게 섭섭한 마음이 생겨도 잠깐 마음에 담아두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아, 내가 오해했구나’ , ‘별일 아니었구나’ 싶지만 그때그때 속마음이 드러나면 얼마나 문제가 많이 생기겠나. 그 점이 흥미로웠다.
국회의원이었던 주상숙이 이번엔 도지사가 됐다. 환경문제가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다.
=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주상숙이 환경을 망치는 일을 저지른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확장하기 위해 주상숙이 어떤 방식으로 환경을 망쳤을까 고민하던 끝에 바다에 시멘트가 흘러들어갔다고 설정했다. 시멘트를 쓰면 토목건설쪽으로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환경단체와 인터뷰를 하거나 전시행정, 건축비리 관련 취재를 통해 에피소드를 더했다.
실제 영화에서 다뤄진 것보다 훨씬 많은 취재가 이루어졌다.
= 안타고니스트가 본인인 코미디영화다보니 빌런 캐릭터가 강해지면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결이 달라진다. 그 균형을 맞추는 데 고민이 많았다. 시멘트 관련 법규가 명확하게 없고 벌금만 내면 끝나기 때문에 문제가 반복된다는 식의 주요 지점들은 최대한 이야기에 반영했다. 산에 쓰레기를 묻으려다 강으로 오염수가 흘러나가는 걸 확인하기 위해 우라늄 실험을 한 사례도 취재로 알게 됐다. 실제 사건이나 인터뷰에서 출발한 에피소드가 많다.
도지사라는 배경은 어떻게 취재했나.
= 선거는 기간이 정해져 있고 정당이 여럿이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도청 한곳을 정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지사님을 쫓아다니며 어떻게 사람을 만나는지, 하루 일정이 어떤지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했다. 공무원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직장인들처럼 승진이나 평가를 앞두면 훨씬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도 봤다. (웃음) 화장실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화장실을 이동시켰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니까 문손잡이 고치는 건 일도 아닌 거다. (웃음) “기역 니은 순으로 발표하자”는 영화 속 대사도 실제 회의 때 나온 말이었다.
<부라더>(2017)에 이어 <정직한 후보>(2019)까지 코미디 장르를 이어가고 있다. 코미디 장르 연출에 있어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슬픈 이야기는 전세계 어디에 가져다놔도 유사하게 본다. 그래서 그리스 비극이나 셰익스피어 비극은 여전히 많이 공연된다. 상대적으로 희극이 무대에 덜 올라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희극은 시대나 성별, 콘텍스트의 이해 유무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그래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다른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500명이면 500개의 취향대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균형을 잡으면서 동시에 좋은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건 어려운 일이다. 기회가 주어졌을 뿐 내가 코미디영화만 선호하진 않지만 언제나 따뜻한 이야기에 끌린다. 그래서 자꾸 이쪽으로 손이 가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