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4호 [프리뷰] 구보타 나오 감독, '천야일야'
2022-10-09
글 : 김철홍 (평론가)

<천야일야> Thousand and One Nights

구보타 나오 / 일본 / 2022년 / 126분 / 뉴 커런츠

10월09일/13:30/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0월13일/13:30/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작은 어촌에 살고 있는 도미코(다나카 유코)는 또래 남성의 청혼이 부담스럽다. 온 동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도미코가 망설이는 이유는 30년 전 실종된 남편의 존재 탓이다. 도미코는 남편의 실종 이유와 생존 여부를 전혀 알지 못하기에 인생의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없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또 한 명의 여성이 있다. 2년 전 남편을 잃은 나미(오노 마치코)다. 나미는 산책을 다녀온다는 말과 함께 집을 나섰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경험자인 도미코를 찾는다. 그렇게 상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해나가는데, 그러던 와중 나미에게도 새로운 남자가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천야일야>는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두 여성의 고통스러운 일상을 마치 카메라로 감정을 우려내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영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련에 대처하는 인간의 두 가지 모습이 대조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재난 같은 시련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삶을 지속해야 하는 것인가. 다 잊고 새 삶을 시작하는 데에 누군가는 하룻밤이면 충분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천일 밤을 지새울 일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다보면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80년대부터 이미 전성기를 누렸던 베테랑 배우 다나카 유코와 가와세 나오미,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시이 유야 등 유명 감독들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경험이 있는 오노 마치코의 절제된 감정 연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다. <집으로 간다>(2014)에 이은 구보타 나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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