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3호 [프리뷰] 제임스 그레이 감독, ‘아마겟돈 타임’
2022-10-08
글 : 임수연

<아마겟돈 타임> Armageddon Time

제임스 그레이/미국/2022년/115분/아이콘

10월8일/09:00/소향씨어터

10월10일/16:30/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10월12일/14: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이야기는 1980년 뉴욕 퀸스에서 시작된다. 예술가를 꿈꾸는 폴은 공립학교 6학년이 되자마자 수업 시간에 엉뚱한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선생의 눈밖에 난다. 마찬가지로 짓궂은 장난을 치다 선생의 심기를 건드린 조니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교내의 트러블메이커로 공감대를 형성한 두 사람은 음악 취향을 나누고 공상과 모험과 일탈을 즐기며 급속도로 가까워지지만 그 관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아마겟돈 타임>은 나치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의 후대가 직면하는 계급 딜레마를 소년의 시점으로 풀어낸 자기 반성적 드라마다. 폴의 가족은 반유대주의의 피해자인 동시에 폴의 형만이라도 비싼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는 경제력을 갖고 있다. 할머니의 생활 보조금을 받아야만 겨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니와 비교할 때 폴의 사정은 절대적 우위에 있다. 폴의 부모는 TV를 보며 대선에 도전하는 로널드 레이건을 비판하지만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 아들 폴과 아들의 흑인 친구 조니의 계급을 구분하는 보수적인 면을 보인다. 백인 특권을 자각한 폴의 죄의식은 영화 제목의 의미(“미국이 도덕적 ‘아마겟돈’에 직면해 있다”며 핵 공포를 자극했던 레이건의 문제적 인터뷰에서 따왔다)와 트럼프가의 인상적인 카메오 출연이 가진 맥락 위에서 범시대로 확장된다. 인종 차별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징후는 레이건 시대의 퀸스에서 이미 시작됐고,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중산층의 모순 역시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불평등과 혐오가 뿌리내린 맥락을 날카롭게 성찰한다. 실제 퀸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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