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71개국 242편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111편까지 총 353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영화의 바다에서 헤맬 당신을 위해 아시아(남동철, 박선영, 박성호), 월드(박도신, 서승희, 박가언), 한국(정한석), 와이드앵글(강소원) 그리고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래머(정미) 9인의 프로그래머가 꼭 관람해야 할 영화들의 목록을 전해왔다. 부산국제영화제 200% 즐기기, 그 첫걸음은 여기서부터 시작해보자.
서승희 프로그래머
= 미안하지만, 도저히 3편만 고르진 못할 것 같다. (웃음) 고르고 골라서 5편을 말해보겠다. 프로그래머가 아닌 한 명의 시네필로서 정말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정했다는 걸 꼭 알아달라.
스칼렛/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프랑스, 이탈리아, 독일/갈라 프레젠테이션/105분
이탈리아의 새로운 거장 피에트로 마르첼로의 신작.
씨 유 프라이데이, 로빈슨/감독 미트라 파라하니/프랑스, 에스와티니, 이란, 레바논/다큐멘터리 쇼케이스/97분
장 뤽 고다르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페어리테일/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러시아, 벨기에, 에스토니아/아이콘/79분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서도 굉장히 기이하고 특이한 영화다.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 등 과거의 폭군들을 아카이브 이미지로 되살리는데 영화를 보자마자 무조건 상영작으로 골라야겠다고 맘먹을 정도로 강렬했다.
아르키/감독 필립 포콩/프랑스, 벨기에/월드 시네마/83분
아르키란 알제리 전쟁 때 프랑스 군대에 입대한 알제리 사람을 뜻한다. 관련해서 많은 참극이 있었고, 단어의 언급이 터부시될 만큼 프랑스나 알제리에선 씻어내고 싶은 역사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주제를 완결성 있게 풀어내면서 한 인물의 정체성을 의미 있게 다룬다. 칸 영화제에서 보고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좋았다.
<와서 직접 봐봐>/감독 호나스 트루에바/스페인/월드 시네마/65분
국내 개봉했던 <어거스트 버진> 감독의 신작이다. 30대의 두 커플이 나와서 시골에 놀러 가고 소소한 대화, 고민을 나누는 작은 이야기다. “며칠 만에 촬영했겠구나”란 생각이 들 만큼 소품 같지만 기차에서 노래하는 장면, 영화 마지막의 산 장면 등에서 신기할 정도의 큰 매력이 느껴진다.
정한석 프로그래머
괴인/감독 이정홍/한국/뉴 커런츠/136분
일반적인 내러티브 작법에 관심이 없고, 시류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작품이다. 아마 감독이 가진 작가적 고집도 상당할 것이다.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들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공기를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사건으로 미스터리하게 만드는 능력이 돋보였다. ‘올해의 발견’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지옥만세/감독 임오정/한국/뉴 커런츠/109분
솜씨 좋은 이야기꾼의 능숙함을 갖고 있다. 상업영화 제작자라면 이 영화를 보고 바로 감독을 만나보고 싶을 것이다. 예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실 있고 탄탄한 상업영화 데뷔작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너와 나/감독 조현철/한국/한국영화의 오늘: 비전/118분
우리 주변의 작고 세부적인 것들을 모아 넣어도 아름답고 웅장한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시켰다. 영화의 흐름을 잘 잡으면서 각 요소를 조율하고, 배우가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조현철 감독은 배우뿐만이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완벽하게 자기 재능을 입증했다.
정미 프로그래머
영화: Fishmans/감독 테시마 유키/일본/커뮤니티비프/173분
일본 밴드 피쉬만즈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오랫동안 밴드에 애정을 갖고 영화까지 발굴해낸 관객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영화적인 경험이 될 것 같다. 커뮤니티비프가 처음으로 해외 게스트를 초청하기까지 했으니 꼭 관람하길 바란다.
부스럭/감독 조현철/한국/커뮤니티비프/123분
조현철 배우가 ‘커비배우전’에서 선보일 연출작 <부스럭>이다. 조현철 감독 겸 배우가 무려 2시간 동안 영화의 본질, 미디어 세계에 관해 심도 있는 토크 행사를 열 예정이다.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감독 파트리시오 구즈만/프랑스, 독일, 칠레/커뮤니티비프/90분
마지막 추천작도 조현철 배우와 관련이 있다. 조현철 배우가 직접 ‘커비컬렉션’ 행사에 추천한 파트리시오 구스만 감독의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다.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거장의 숨겨진 걸작이니까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