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받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베푸는 이들을 살면서 많이 봐왔다.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실제로 인간은 그렇게 행동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의 기자회견이 10월 5일 오후 3시 20분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진행됐다.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은 3년만에 정상개최를 알린 부산영화제의 첫 공식 행사다.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한 <바람의 향기> 기자시사가 끝난 뒤 곧바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허문영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하디 모하게흐 감독, 레자 모하게흐 프로듀서가 참여했다. 하디 모하게흐는 두 번째 장편 <아야즈의 통곡>으로 2015년 부산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이란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바람의 향기>는 그의 네 번째 장편으로 하반신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전신불구의 아들 집에 전기가 끊긴 후,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전기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영화를 연출한 동시에 전기공 역으로 출연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약력을 짧게 소개한 후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에 방문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한국 분들이 따뜻하게 환대해주셔서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운을 띄웠다. 개막작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땐 “왜 내 영화가 됐지? 라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소감을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스토리텔링 영화뿐만 아니라 예술 영화도 자유롭게 숨쉴 수 있도록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행사”라며 이란의 영화계에서도 중요한 영화제라고 귀띔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영화가 촬영된 장소는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슬픈 아픔 같은 게 느껴졌다”고 전하자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영화의 배경은 자신의 고향인 도시 데다슈트라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많이 떠났지만, 여전히 거주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직접 주연으로 참여한 이유에 관해선 “전기공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사도 적고 침묵의 순간이 많아서 나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바람의 향기>라는 제목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것이며 지치고 힘들지라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강조하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바람의 향기>는 10월 5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종료된 후 오후 8시부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