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날아차기였다. 심인성 장애로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전 태권도 국가대표, 현 심리상담사 제갈길(정우)이 지팡이를 내던지고 도약했다. 그의 발에 찌그러진 면상의 주인은 국대 여자 쇼트트랙 코치 오달성(허정도). 오 코치가 선수들을 폭행하고 모욕할 때마다 이를 부득부득 갈던 차, tvN <멘탈코치 제갈길> 2회 마지막 장면의 통쾌함은 컸다. 그리고 3회, 같은 장면에 겹치는 제갈길의 내레이션은 이렇게 부연한다. “애들이 맞으면서 큰다고? 아니. 맞고 자란 애들은 둘 중 하나가 된다. 패는 놈, 패는 놈을 패는 놈.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대물림된다.”
김반디 작가의 전작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선 개과천선한 악당이 그 위의 최종 보스급을 우산으로 때리며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던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패러디가 있었다. 극은 악덕 사업주를 절차대로 법정에 세우는 것에 성공했지만, 웃으면서도 찜찜했던 패러디가 앙금으로 남았다. 해서, 작가가 다시 덧붙이는 말. 때려서 사람을 바로잡을 수 없고, 더 나아가 ‘상처 입은 사람이 상처 주기도 쉬운 법’이라는 말에 담긴 대물림을 끊는 것이 멘탈코치의 일이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체육계를 떠난 제갈길의 지난 13년은 그의 에세이 ‘노력의 배신’과 ‘나는 열심히 하지 않기로 했다’로 요약된다. 서점가에서 ‘스님’을 제친 인기 작자이자 강연자. 하지만 제갈길의 조언들은 쇼트트랙 선수 차가을(이유미)에게 대차게 까이기 일쑤다. 알다시피, 인생이나 노력에 관한 수많은 아포리즘은 살짝 뒤집으면 반례가 수두룩한 말장난인 경우가 많다. 제갈길은 그 말들을 앞서 의심했던 사람이고, 가을은 다시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받아치고 치열하게 겪어내며 제 것으로 수용해간다. 고이지 않고 갱신하며 진지하게 상호작용하는 이들을 통해 비로소 말이 힘이 된다.
CHECK POINT
“대한민국이 이 오달성이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거든.” 선수 폭행건이 뉴스를 타며 국대 코치에서 하차했다 불사조처럼 돌아온 오달성의 말이다. 메달을 포기할 수 없는 선수 가족이 복귀 탄원서를 쓰고, 체육계 사업에 이권이 얽힌 기업인 출신 체육회 고위직들은 메달로 잡음을 덮길 바라고, 유력 체대 출신 엘리트 체육인들도 메달 실적으로 라인을 굳건히 하길 원한다. 김반디 작가는 관행이 작동하는 판, 복잡한 이해관계를 꼼꼼하게 짚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