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티켓 투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를 보길 기대하는 관객에게 적당한 선물
2022-10-12
글 : 이유채

한때 부부였던 조지아(줄리아 로버츠)와 데이빗(조지 클루니)은 재결합 예능 프로그램에 억만금을 준다 해도 나가지 않을 앙숙이다. 딸 릴리(케이틀린 디버)의 대학 졸업식에서 원치 않게 맞닥뜨린 이들은 발리로 여행을 떠나는 딸을 배웅하며 이제 한동안은 볼 일 없을 거라 안도하지만 한달 만에 재회한다. 변호사가 되지 않고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과 결혼하겠다는 릴리의 이메일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발리행 티켓을 끊은 것이다. 뜨거운 사랑이 얼마나 빠르게 식는지 아는 두 사람은 딸이 자신들과 같은 불행을 겪지 않도록 임시 평화 협정을 맺고 함께 딸의 결혼 반대에 나선다.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로맨틱 코미디란 수식어를 달았지만 실은 휴양지 바닷물에 발을 담근 듯 편안한 가족영화다. 부모 커플과 자식 커플로 이야기를 갈라 각각의 로맨스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기보다는 플롯들을 자유롭게 엮어 서로 다른 네 사람이 어떻게 한 가족이 될 것인지에 더 집중한다. 어머니-딸, 딸-아버지, 장인-사위 등으로 가족 관계를 계속 바꿔가며 그들 사이의 난제를 하나씩 찬찬히 풀고자 하는 시도가 미더움을 준다.

올 파커 감독은 전작 <맘마미아!2>에 이어 다시 한번 세대를 경쾌하게 아우르고자 한다. 노련한 두 주연배우의 힘을 뺀 연기는 이러한 의도를 진즉에 파악한 결과다.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는 공백 없이 이어지는 짤막한 대사들을 서로에게 가볍게 넘기며 극 전체의 밝고 유머러스한 톤이 어그러지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한다. <오션스> 시리즈 등 이미 네번의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두 배우가 영화 안팎으로 쌓아온 오랜 우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이 작품에 가득하다. 영화는 파라다이스를 보길 기대하는 관객에게 적당한 선물을 안긴다. 발리 못지않게 명미한 호주 퀸즐랜드주 내 섬을 촬영지로 선택해 아침과 저녁 풍경, 숲과 바다의 면면을 넉넉하게 담아냈다. 신경 써서 재현한 발리의 예식 및 생활문화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려는 영화에서 갈등에 해당하는 부분을 과도하게 생략한 점은 아쉽다.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현재의 조지아와 데이빗이 어쩌다가 손가락만 스쳐도 질색하는 사이가 됐는지 유추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들의 5년간의 결혼 생활과 이후 19년간의 세월을 존재하지 않는 시간처럼 다룬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만이 둘이 겪는 갈등의 전부다. 두 남녀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알 수 없으니 이들이 오해를 풀고 재결합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전개되지 못한다. 과거 서사의 빈약함을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로 은근슬쩍 메우려 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남긴다.

"우리는 너의 편이야. 언제까지나." 영화 후반부의 중요한 순간, 데이빗이 릴리에게 하는 마무리 멘트다. 이 흔한 말은 자신들이 원하던 삶과 다른 삶을 선택한 딸을 진정으로 이해한 부모가 뒤늦게 딸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점에서 울림을 준다.

CHECK POINT

<사랑은 너무 복잡해>(2009)

나이 든 스타 배우들의 로맨틱한 연기를 보는 기쁨이 <사랑은 너무 복잡해>에도 있다. 이 영화 역시 연령을 높이고 다 큰 자식을 등장시킴으로써 조금은 독특해진, 헤어진 커플이 재회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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