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위기를 사랑하지 않기 힘들다.” 영화제 열기에 동화된 듯 이연 배우는 상기된 얼굴로 기분 좋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절해고도>(2021)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던 이연 배우는 <약한영웅 Class 1>로 다시 영화제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올해 완전 정상화된 영화제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많으니 기대해달라”는 말이 그저 상투적인 홍보 문구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몸짓과 태도에서 묻어나는 진심 덕분이다. 동료들과 연기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왈칵 눈물부터 쏟는 이 배우,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영화제는 익숙한데 시리즈로 오니까 새로운 것들이 있나 보다.
=<약한영웅 Class 1>으로 초청된 것도 즐겁지만 올해 영화제의 에너지가 너무 행복하다. 관객들을 직접 만날 때마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약한영웅 Class 1>은 확실히 극장에서 보니까 다르더라. 오리지널 시리즈지만 찍으면서도 영화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유수민 감독님, 한준희 크리에이터님 모두 영화감독이기도 하고.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이지 않은 순간이 없다. 이번에 부산에서 극장에서 만날 수 있어 정말 뿌듯하다. 현장에서 호흡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어떤 것, 우리만의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분이다.
-<약한영웅 Class 1>에서 홍일점 영이 역을 맡았다.
=한준희 감독님이 <D.P.> 마치고 한번 보자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더니 함께 하자고 권유해주셨다. ‘학창시절 버전의 <D.P.>’같은 작품을 준비하는데 네가 함께 해주면 좋겠다고 권하셨다. 시리즈나 드라마처럼 호흡이 긴 작품도 경험해보라는 조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시나리오 읽고 너무 좋아서 한 달음에 미팅 하러 갔는데 한준희 감독님이 감독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라는 거다. 이게 뭐지?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유수민 감독을 만났고 몇 마디 나누고 나서 더 하고 싶어졌다. (웃음) 세상 이렇게 착하고 세심할 줄이야.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소통이 되는, 믿음이 가는 분이다.
-영이는 가출 팸의 일원으로 전석대(신승호)와 짝을 이룬다.
=두 사람의 투 숏을 딱 보면 고목나무의 매미 같다. 영이는 당차고 거침없다. 아마도 산전수전 겪으면서 험한 삶을 버텼을 텐데 구김살이 없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하는 영리한 아이다. 작중에서는 변화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고. 연시은(박지훈) 그룹과 전석대 그룹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시은에게 느끼는 감정이 약간의 썸남 같은 거라면, 전석대와는 그야말로 가족 같은 끈끈함과 신뢰로 연결되어 있다. 이번에 3화까지 상영했는데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더 많아서, 얼른 전체가 서비스 된 후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하다. (웃음)
-자신감이 대단하다.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작품에서 홍일점인데, 나는 내 모습이 너무 아쉽기만 했다. 혹시나 흐름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튀지는 않는지 노심초사 하면서 봤다. 카메라 앞에서는 늘 최선을 다한다. 그때는 아마도 그게 나의 최선이었겠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큰 화면에서 봐서 그런가. (웃음)
-아마도 배우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아쉬움 아닐까. 욕심이 있기에 더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다.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이 가장 행복하다. 많이 듣고 싶다. 그런 만큼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너무 힘이 들어가진 않았는지 항상 고민한다. 언젠가 저 배우 연기 끝내주게 잘한다는 칭찬을 꼭 듣고 싶다. 하나 더 욕심을 내자면 함께 일하고 싶은, 다정다감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리즈 현장은 영화와 많이 다른가.=최종적으로 만나는 플랫폼이 다른 거지 만들어지는 현장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약간 신기했던 건 A, B팀으로 나뉘어서 진행한다는 거였다. 물 흐르듯 연결되는, 뭔가 스마트 하고 합리적인 게 있다. 영화 현장이 한 장면을 위해 깊게 파고든다면 시리즈는 그보다는 훨씬 동시적이고 속도감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번 시리즈는 매우 영화적인 부분이 많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캐릭터들의 깊이를 간결한 표현으로 잡아주는 방식이 놀라웠다.
-영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주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핵심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그걸 보여준다는 것 자체보다 연결시키는 편집점이 놀랍다. 영이는 적대세력이기도 하고 뭔가를 훔치는 장면도 있어 자칫 비호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막상 그렇게 밉게 보이지 않는 건 감독님이 영이란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듬뿍 묻어난다. 촬영 현장에서도 이건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부산에서 큰 화면으로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8부를 모두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어도 좋겠다.
-11월까지 <약한영웅 Class 1>를 기다릴 분들에게 팁을 준다면.
=오프닝 시퀀스만 봐도 왠지 울컥한다. 확실한 인장 같다고 해야 할까. 시리즈의 힘인 거 같기도 하다. 액션에 먼저 눈길이 가겠지만 음악도 정말 좋다. <약한영웅 Class 1>가 웨이브를 상징하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되어 웨이브 건물의 기둥 하나 정도 세울 수 있길 희망한다. (웃음) 3부까지 보신 분들, 진짜 재미있는 부분은 아직 보여드리지 못했으니 힘들더라도 꿋꿋하게 기다려주시길! 11월에는 웨이브로 ‘저스트 다이브’(JUST D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