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6호 [인터뷰] ‘모니카’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 “가족이란 이름의 무게와 의미에 관하여”
2022-10-11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모니카>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 인터뷰

LA에서 생활하던 모니카는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오빠 폴과 그의 아내 로라, 조카들이 그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이들에게선 오랜 시간 곁을 떠나있던 모니카에 대한 서운함이 내비친다. 변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와 모니카는 평온한 관계를 유지하나 어느 날, 모니카가 자신이 딸이라고 밝히며 다시금 갈등이 불거진다. <모니카>는 <한나>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의 신작이다. 가족 관계가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 상처를 딛고 끝내 서로 용서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담백하게 묘사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초청된 전작 <한나>로 내한했던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은 <모니카>로 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모니카>는 현재 준비 중인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라고.

=그렇다. 3부작의 첫번째는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던 <한나>다. 개인적으로 버림받음, 즉 자기 모습 그대로를 이해받지 못하거나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과 이들의 삶에 관심이 많고 이를 계속 탐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한나>가 남편이 수감된 후 인생의 추락을 경험한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면 <모니카>는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딛고 희망을 보여주는 캐릭터의 삶을 다룬다.

-모니카가 왜 집에서 나오게 됐는지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설정해둔 바가 있나.

=관객에게 뭘 보여주고 안 보여줄지에 대해 항상 깊게 생각한다. 관객들이 영화 속 캐릭터와 독립적인 관계를 맺길 바라는데, 정보를 너무 많이 주면 그런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니카는 집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대로 충분히 인정받고 받아들여지지 못했기 때문에 가족 곁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는데 이번이야말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고 여겨 희망을 갖고 돌아온 것이다.

-인물들의 대화나 감정 표현을 굉장히 자제한다. 이 역시 관객의 감상과 연결된 연출적 의도인가.

=그렇다. 영화적 언어에서 중요한건 인물의 내적인 감정 상태를 보여주고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걸 인물의 감정을 관통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 모니카의 내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게 훨씬 중요했기 때문에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고 대사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주지 않았다,

-모니카를 연기한 트레이스 리셋과 그의 엄마 역의 패트리카 클락슨과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모니카의 경우 1년 넘게 30명 넘는 배우들을 만나는 과정이 있었는데, 트레이스를 보자마자 그가 모니카를 연기해야하는 배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배우의 개인사도 모니카와 유사한 지점이 있었고 캐릭터를 잘 이해해 연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카메라 앞에 그저 존재하는 그 모습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패트리카 클락슨을 처음 본 건 8~9년 전, 나의 첫 영화로 마라케시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였다. 그때 패트리카 클락슨이 심사위원이었고 내 영화가 당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때 그녀가 나중에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해줬는데, 어떤 역할을 제안하면 좋을까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모니카>의 시나리오를 전했다. 즉각적으로 하겠다고 답을 줬고, 기쁜 동시에 든든했다.

-화면비를 1.2:1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니카>를 촬영할 때, 2~3명 이상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왔을 때 폐쇄 공포증을 유발하면서도 서로 상호 의존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프레임을 쓰고 싶다고 촬영 감독과 처음부터 이야기했다. 그걸 강화한 게 1.2:1의 포맷이었고, 이 경우 배경보다 인물의 얼굴, 신체에 훨씬 집중하게 된다. <모니카>는 내면과 외면의 신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포맷 자체가 프레임의 안과 밖의 이야기를 같이 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한 명 이상이 1.2:1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갈 때 신체가 분절화되는 느낌을 보여줄 수 있어서 관객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모니카를 포함한 인물들이 거울에 비친 이미지를 반복해 사용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거울은 실제 대상이 아니라 이를 대체하는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거울에 반영된 이미지와 이를 바라보는 인물 사이에 여러 레이어가 생기는 것이다. 처음엔 이것이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관객이 대상과 새롭게 관계 맺고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거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당신에겐 가족 관계 자체가 중요한 화두인 것 같다.

=그렇다. 개인과 가족,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가족과 맺는 관계를 통해 한 개인의 정체성이 생기고 강화되지 않나. 같은 맥락에서 가족,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 트라우마나 내적인 안정감이 유래되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다루는 것에 관심이 많다.

-모니카에게도 가족이 굉장히 큰 의미다. 그가 타인과의 관계에 집착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이성을 갈구하는 것은 결국 외로움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가족과의 관계가 안정되면서 모니카의 방황도 점차 수그러든다.

=말한 대로 모니카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남자와의 관계에서 특히나 불안함을 보인다. 가령 지미에게도 계속 집착을 하는 식이다. 그러나 어머니, 그리고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한 뒤엔 비로소 안정이 된다.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에 대한 태도, 나아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기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전보다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뜸해졌고 OTT 플랫폼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이 늘었다. 창작자로서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나. 또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계속 봐야 한다면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집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과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것은 너무나 다른 경험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인 동시에 공적인 경험이지만, 집에서 보는 것은 그렇지 않다. 집에서는 영화에 오롯이 집중하기엔 방해 요소가 너무 많다.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대한 이미지가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데, 그 앞에 앉아 이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건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영화관에 덜 가는 이 상황이 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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