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스페이스]
[트위터 스페이스] 김혜리의 랑데부 : 오세연 감독의 ‘성덕’
2022-10-14
진행 : 김혜리
진행 : 남선우
정리 : 이유채
성장의 순간들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목요일 또는 금요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75483061923643393)

<성덕>

김혜리 @imagolog 오늘 소개할 <성덕>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어느 날 오빠가 범죄자가 되었다’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긴 세월 동안 애정을 바치고 지원해온 나의 스타가 성 착취 동영상을 촬영, 배포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팬으로서 살아온 시간에 대해 깊은 회의에 빠집니다. 감독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또래 세대 여성 팬들의 인터뷰 위주로 영화를 구성했습니다. <성덕>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을 때부터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성덕>을 연출한 오세연 감독님과 함께합니다. 감독님, 20대 초반에 첫 장편영화를 완성하셨어요. 당시 ‘난 꼭 영화를 만들 거야’라는 결심으로 작업을 시작하셨나요?

오세연 @haerangsafilm 사실 첫 장편을 이렇게 일찍 시작할 줄 몰랐어요. 첫 영화가 다큐멘터리에 코미디 장르가 될 줄도 몰랐고요. <성덕>과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될 거라는 예상은 더더욱 못했습니다. 정말 우연히도 2019년 3월에 그 사건이 일어나버린 거죠. ‘찍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남은 팬들에 대한 궁금증을 영화로 풀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김혜리 @imagolog 말씀하신 남은 팬들을 인터뷰하고 싶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에는 그들이 등장하지 않는데 만남을 시도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던 걸까요?

오세연 @haerangsafilm 작업 초반에는 남은 팬들과 만나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어요. 그런데 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팬들과 인터뷰를 계속하다 보니 직접 만나지 않고도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남은 팬들이 영화에 출연하면 조롱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출연시키지 않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혜리 @imagolog 어린 시절부터 해온 팬 활동이 감독님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어떤 변화를 주고 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오세연 @haerangsafilm 아무래도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봐요. 제가 그분을 TV에서 처음 보고 생각한 게 ‘참 자유로워 보인다’였어요. 그 뒤로 그 사람처럼 살기를 바랐고요. 그런 자유로움, 나답게 사는 것에 관심을 꾸준히 보이면서 자랐던 것 같아요. 또 덕질이 굉장히 주체적인 행위잖아요. 남이 시킨다고 해서 누군가를 억지로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원하는 것들을 쟁취하면서 살게 된 건 덕질의 힘이 커요. 또 40, 50대 팬들과도 교류하다 보니 사회생활을 빨리 배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혜리 @imagolog 팬 활동을 하다 알게 된 분 중에는 친구가 된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같이 좋아하는 대상이 무너졌을 때 그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오세연 @haerangsafilm 그때 알게 된 팬들과는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아요. 또래이기도 했고, 같은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관심사에 공통분모도 많았거든요.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친구들이 남기를 결정했다면 관계가 어색해졌을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었어요.

김혜리 @imagolog 사실 다큐멘터리는 서사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취재 및 촬영 과정에서 이야기의 흐름에 관한 청사진을 갖고 인터뷰이들에게 던질 질문지를 구성하셨나요?

오세연 @haerangsafilm 공통 질문을 20개나 준비할 만큼 노력을 많이 했어요. 영화의 큰 그림을 그리고 촬영에 들어간 건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다큐멘터리 작업이 처음이라 기획 단계에서 청사진의 중요성을 간과했어요. 마음이 앞선 것도 있고요. 그래서 솔직히 편집 직전에 암담했습니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한데 잘 뭉치나 싶어서요. 고민하던 제게 조연출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어요. ‘<성덕>은 오세연이라는 영화 속 캐릭터의 기행문 같다. 기행문은 여행에서 얻은 기억의 조각들을 시간순으로 쓰는 게 아니다. 기억나는 순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순으로 쓰는 거다. 네가 그런 방식으로 영화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 나가면 좋겠다.’ 이 얘기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습니다.

<성덕>과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셔커스: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남선우 @pasunedame 산디 탄 감독의 <셔커스: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2018)는 <성덕>과 뿌리에서 어떤 상실감을 공유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그 상실감이란 동경했던 선생님이자 산디 탄 자신이 쓰고 주연한 영화 <셔커스>의 감독이었던 성인 남성이 그 영화의 필름을 가지고 영영 사라지면서 찾아옵니다. 큰 상실을 경험하고도 산디 탄과 그와 함께 <셔커스>를 만든 친구들은 영화 곁을 끝까지 떠나지 않습니다. 그 사실이 이 작품을 참 이상한 방식으로 아름답게 맺어줍니다. 망해버린 과거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질문하는, 냉철하면서도 애정이 가득 담긴 회복극이라는 점에서 <성덕>과의 공통점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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