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귀못', 좀처럼 공포에 깊이 몰입할 기회를 받지 못하는
2022-10-19
글 : 정재현

보영(박하나)은 친한 언니의 중개로 치매에 걸린 왕할머니(허진)의 대저택에 입주 간병인으로 들어간다. 보영의 취직 목적은 과거 중국계 대부호였던 왕할머니의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찾아 한탕을 노리기 위함이다. 거만한 왕할머니의 조카 김사모(정영주)는 보영에게 집에 절대 아이를 들이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러나 보영은 딸 다정을 홀로 둘 수 없어 대저택에 딸을 몰래 들인다. 한편 대저택 근처에는 저수지가 있는데 마을에선 저수지에 수살귀가 산다며 외지에서 온 보영에게 마을을 떠날 것을 종용한다. 보영은 기괴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왕할머니와 각별해지는 딸에 대한 걱정, 김사모의 감시와 마을의 스산한 기운 탓에 신경이 쇠약해진다. 그러던 중 보영은 왕할머니가 치매가 아닌 귀신이 들렸다는 이야기와 왕할머니 집에 온 간병인들이 저수지에서 의문사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마을마다 저수지에 관련한 괴담이 있잖아요”라는 영화의 대사가 드러내듯 <귀못>은 저수지 괴담을 소재로 한 모녀 비극 호러다. 영화의 대부분의 사건은 대저택 내부에서 일어난다. 대저택의 세트 디자인은 정교하게 디자인돼 있어 영화의 기묘한 비주얼과 정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박하나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박하나는 공포의 한가운데 내던져진 채 모든 일을 온전히 혼자 겪는 보영을 안정적인 톤으로 연기해낸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프로덕션 디자인만큼 인상적이지 않다. 공포를 유발하는 플롯은 ‘귀신이 산다’ 정도의 단일한 라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캐릭터들은 구체적 묘사가 결여된 채 그저 상황에만 노출돼 있다. 그래서 관객은 각 캐릭터가 느끼는 공포에 깊이 몰입할 기회를 영화로부터 좀처럼 제시받지 못한다. 공포 이면의 감정을 느낄 겨를 없이 그저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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