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어>가 상상한 30년 뒤의 인류는 ‘버니시’라고 불리는 돌연변이와 함께 살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염을 내뿜는 버니시는 탄압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맞서 폭력적인 테러 집단인 ‘매드 버니시’가 등장한다. 결국 지구에는 큰 화염이 일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소실되고 평화를 내세운 프로메폴리스라는 공동체가 들어선다. 하지만 여전히 버니시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화염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소방구조대 ‘버닝레스큐’가 출동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소방관으로서 사명감을 가진 구조대원 갈로(마쓰야마 겐이치)와 불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매드 버니시의 리더 리오(사오토메 다이치)는 팽팽하게 대치하며 얼음과 불의 신경전을 벌인다. 한편 갈로는 존경하던 클레이가 버니시를 착취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갈로와 리오는 같은 편이 되어 클레이의 음모에 맞선다.
리오가 “불태우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외치면 갈로가 “태울 수 있는 것은 영혼뿐”이라고 되받아치는 대립의 구조가, 더 큰 악에 맞서기 위해 하나의 힘으로 섞이는 쾌감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한편 버니시의 능력이 실은 열린 차원의 틈으로 프로메어라는 다른 생명체와 교신하는 흔적이었다는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영화의 끝에 가서 그 차원을 닫아버리는 결말로 축소되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차원의 틈이 닫히자 버니시 또한 능력을 잃고 평범해지며, 도시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그러나 단순히 차별의 인자가 제거된 것만으로 이미 혐오로 오염된 사회가 쉽사리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물론 <프로메어>와 같은 영화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이러한 반문이 잠시간 무효화되는 자리로서,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감각적 유토피아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