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리벤지>
넷플릭스
마이애미의 초호화 고등학교 퀸이었던 드레아는 남자 친구 맥스가 유포한 섹스 테이프로 나락을 겪는다. 성범죄 가해자 맥스는 시치미를 떼고 ‘여성 정체성 옹호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 연합’ 따위를 만들며 피해자인 드레아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그런 드레아 앞에 전학생 엘리너가 나타난다. 엘리너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아웃팅한 커리사에게 복수하고 싶다. 드레아와 엘리너는 친구가 되며 각자의 원수에게 상호 복수를 계획한다. <두 리벤지>는 치기 어린 하이틴 드라마에 사적 복수 내러티브를 결합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더불어 <두 리벤지>는 10대의 우정에 인종과 계급, 성 정체성과 젠더 권력 등 세계 각처에 산재한 화두를 끌고 들어 온다는 점에서 하이틴영화가 더이상 새로울 수 있느냐는 힐문에 인상적인 답을 내놓는다.
<경아의 딸>
왓챠, 웨이브, 티빙
요양 보호사 경아는 교사인 딸 연수에 대한 걱정뿐이다. 연수는 자신에게 과한 집착을 보이는 남자 친구 상현과 이별하는데, 얼마 후 상현은 경아를 포함한 연수의 지인과 불법 웹사이트에 연수와의 사적 동영상을 유출한다. 연수의 세상과 경아의 세상은 동시에 무너진다. <경아의 딸> 또한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하지만 성범죄 피해 이후 붕괴된 피해자의 일상과 그 회복을 그린다는 점에서 앞선 <두 리벤지>와 노선을 달리한다. <경아의 딸>은 성범죄 피해의 고통만 그리지 않는다. ‘여자가 독해 보이면 시집을 못 간다’ , ‘여자들이 부끄러운 줄 모른다’류의 여성을 향한 명백한 성차별 발언이 일상에 만연함과 동시에 이것이 피해자를 향한 책망으로 이어지는 구조까지 적시한다.
<파이어 아일랜드>
디즈니+
파이어 아일랜드의 별칭은 게이들의 디즈니랜드다. 노아와 그의 친구들은 매해 여름 파이어 아일랜드로 향하는데, 노아는 유독 이번 휴가에서 공사다망하다. 사랑에 소극적인 친구 하우위의 커플 매칭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침 하우위는 섬에서 부유하고 유순한 남자 찰리와 연애 기류가 생긴다. 한편 노아는 찰리의 변호사 친구 윌이 유독 눈에 거슬린다. 노아의 눈에 윌은 오만하고, 윌의 눈에 노아는 편견에 가득 차 있다. 대놓고 제인 오스틴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파이어 아일랜드>는 아시안 게이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오만과 편견>이다. 또한 소수자 캐릭터의 양적 보장만으로 서사의 질적 다양성이 담보되는 본보기이기도 하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앤드류 안 감독은 올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파트너 트랙>
넷플릭스
잉그리드 윤은 뉴욕의 인수 합병 전문 로펌의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다. 서른이 된 잉그리드의 목표는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하는 것. 백인 남성 동료 변호사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랴 상사들의 보디 셰이밍에 응수하랴 분투의 나날을 보내야 하는 잉그리드에게 연애는 사치다. 그런 잉그리드의 삶에 두명의 남자가 틈입한다. 6년 전 영국에서 하룻밤을 보낸 변호사 제프, 잉그리드와 관심사가 같아 대화가 잘 통하는 갑부 닉이다. <파트너 트랙>은 주인공 잉그리드의 법적 분쟁 해결 능력보단 여러 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로 전환하는 잉그리드의 기지를 묘사하는 데 더 집중한다. 매일매일 유리 천장과 대나무 천장을 동시에 깨부숴야 하는 잉그리드의 씨름은 짠하지만 시종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