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블랙 아담', 굵직하고 시원한 액션 사이로 다소 비슷한 얼굴 표정들
2022-10-26
글 : 이자연

자우메 코예트세라 감독의 <블랙 아담>이 마침내 공개됐다. 초대형 스케일을 자랑하는 DC 슈퍼히어로 블랙 아담 역할은 작품 제작에 참여한 드웨인 존슨이 맡아 거대한 세계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블랙 아담>의 이야기는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국가 칸다크는 자국에서만 채굴되는 희귀 광물 이터니움으로 어떤 국가보다 부유하지만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과 수탈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통치자로부터 비롯한 강제 노동과 심각한 빈곤에 민중의 고통이 극에 달한 순간 테스 아담이 막강한 신의 힘을 부여받으며 챔피언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 위력을 사적 복수에 사용한 죄로 마법사 의회의 결정에 따라 무기한 대지 아래 갇히고 만다. 그로부터 5천년 뒤, 우연한 계기로 현대에 깨어난 블랙 아담은 자신의 힘을 검증하듯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힘을 휘두르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현재 칸다크를 지배한 인터갱은 이터니움을 다시 쟁취하기 위해 폭정을 저지르고, 이에 대적하는 아드리아나(세라 샤히)와 그의 아들 아몬은 어려움에 봉착하지만 아담의 도움으로 문제를 무사히 극복해낸다.

블랙 아담을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통제 불가, 독불장군, 안하무인에 가깝다. 오로지 자기만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며 사회적 통념이 완성한 도덕적 규율과 미덕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와 전투 방식은 관객에게 일종의 해방감과 통쾌감을 선사하지만 영화는 이것이 사회 체계 안에서 궁극적으로 옳은 행위인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를 통해 계속 반문한다. 악행을 저지른 인터갱을 마구잡이로 날려버리는 아담을 향해 환호하는 시민을 보며 호크맨(앨디스 호지)이 “악인이어도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라는 일침을 가하기 때문이다. 블랙 아담이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면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이것 또한 결국 다른 형태의 폭력일 뿐이라며 팽팽한 입장 차를 두고 맞선다. 하지만 시민들이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에 “27년 내내 인터갱의 지배를 받는 동안 지켜만 봤으면서!”라고 비난의 말을 던지는 모습에서 왜 블랙 아담이 대중에게 챔피언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지, 경계가 뒤죽박죽인 그의 태도에 사람들이 왜 박수를 치는지 그 바탕에 녹아든 군중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인터갱의 위력이 블랙 아담과 비등하지 않아 빌런으로서 긴장감을 조성하기 부족하고, 블랙 아담의 캐릭터가 납작하게 그려진 점은 아쉽지만 작품에 새로 합류한 두 신참 아톰 스매셔(노아 센티네오)와 사이클론(퀸테사 스윈델)이 영화의 진중한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시켜주며 젊음의 낙관주의를 내보인다.

"저들을 살려주면 영웅인가? 저들 손에 죽은 자가 더 많을 텐데"

"영웅은 사람 안 죽여."

"난 죽여"

자기만의 정의를 설명하는 블랙 아담

CHECK POINT

<판타스틱4>(2015)

몸을 원하는 대로 무한 확장할 수 있는 리처즈(마일스 텔러), 투명인간으로 변신하여 강풍을 일으키는 수전 스톰(케이트 마라), 불의 전사 조니 스톰(마이클 B. 조던), 암석같이 단단한 근육을 갖춘 벤 그림(제이미 벨). ‘판타스틱4’를 결성한 이들은 사악한 영혼을 지닌 닥터 둠과 맞서게 된다. 악인과 선인의 구분이 다소 중첩되고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군단을 이룬다는 점에서 <블랙 아담>과 공통 분모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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