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자백', 고전 추리소설을 읽을 때 느낄 법한 재미와 몰입감을 고스란히
2022-10-26
글 : 김수영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유민호(소지섭)는 협박범이 지시한 호텔로 향한다. 호텔방엔 같은 협박을 받은 내연녀 김세희(나나)가 와 있다. 누군가의 음모에 말려든 걸 직감하는 순간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유민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김세희는 죽어 있고 괴한은 사라진 뒤다. 때마침 경찰이 들이닥치고 성공한 IT 사업가였던 유민호는 살인 사건 용의자로 끌려나온다. 누군가 호텔방 밖으로 나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밀실살인사건. 유민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다.

윤종석 감독의 <자백>은 스페인 감독 오리올 파울로의 <인비저블 게스트>(2016)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눈 내리는 깊은 산속 별장을 배경으로 변호사 양신애의 질문과 의뢰인 유민호의 진술을 통해 전개되는 영화는 고전 추리소설을 읽을 때 느낄 법한 재미와 몰입감을 스크린에 옮긴다. 진실을 전부 털어놔야만 도울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의 변호인과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게 있는 의뢰인은 진실의 주도권을 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간다. 궁지에 몰린 예민한 의뢰인을 연기한 소지섭과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변호사 김윤진의 연기 대결이 <자백>의 묘미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단서가 하나 뒤바뀔 때마다 상황은 예측할 수 없이 반전되고 그때마다 1인2역처럼 다른 온도의 표정으로 사건을 재연하는 나나와 최광일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극 초반에 제시된 의미심장한 정보들이 차례로 회수되고 마지막 순간까지 반전을 이어가는 이 서스펜스 스릴러는 극중 양신애가 증언의 핵심이라고 언급한 ‘창의력’과 ‘논리’를 지닌 서사로 관객을 설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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