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알카라스의 여름’② 주목해야 할 키워드
2022-11-03
글 : 임수연

헤테로 가부장주의의 종결, 키메트의 눈물

<알카라스의 여름>에서 유일하게 눈물을 흘리는 인물은 솔레 가문의 맏아들 키메트다. 쇠약한 신체와 낡은 기계가 그의 마지막 복숭아 수확마저 망쳐놓자 그는 솔직한 울음을 터뜨린다. 카를라 시몬 감독은 ‘지금 이곳’의 초상을 그릴 때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나 필름메이커 개인의 의견, 심지어 심미적 기준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캐나디안 뉴스>)고 강조한다. “모든 이야기가 여성과 페미니스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다. 이질적인 헤테로 가부장주의를 깨고 지금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캐나디안 뉴스>) 가령 상대적으로 페미니즘의 영향을 덜 받은 시골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융통성 없고 고집을 꺾지 않는 키메트를 독소적 남성성의 전형으로만 묘사하는 것은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키메트가 눈물을 흘리고 오히려 주변 여성들이 그를 달래는 그림이 탄생했다. 이는 실제로 농사를 짓는 카탈루냐인이면서 온화한 매력을 가진 조르디 푸홀 돌체트를 캐스팅한 이유와도 연결된다. “영화 내내 분노하고 불평하는 키메트의 감정이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부정적으로 전염된다. 관객이 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원래 부드러움을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인사이드 미디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명과 암

농촌에너지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기술 혁신과 농민이 갈등을 빚는 풍경은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기후 위기가 범지구적 과제로 대두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정치권의 핵심 공약이자 중요한 미래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공격적으로 에너지 사업을 확장하던 대기업들은 태양광 발전소 부지로 농촌을 주목했다. 농촌 태양광은 노동인구 감소와 소규모 농작의 쇠퇴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농지 가격이 떨어진다거나 비농민 및 외지인의 농지 소유를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스페인의 젊은 여성 창작자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알카라스의 여름>이 황금곰상을 받으면서 카를라 시몬은 이 상을 받은 최초의 스페인 여성감독이 됐다. 전작에 이어 마리아 자모라 프로듀서, 다니엘라 카히아스 촬영감독 등 핵심 여성 스탭의 시각이 곳곳에서 반짝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클레르 드니(프랑스), 루크레시아 마르텔(아르헨티나), 발레스카 그리세바흐(독일), 알리체 로르와커(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여성감독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노라 고백해온 카를라 시몬 감독을 중심으로 유럽 여성감독들의 계보를 새롭게 그려보는 일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여기에 <룰라바이>의 아루아다 루이즈 데 아주아 감독, <리베르타드>의 클라라 로케 감독 등 최근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페인의 신진 여성감독들의 이름도 올려볼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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