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과 트위터 코리아가 함께 ‘트위터 블루룸 라이브 Q&A’를 통해 개봉작 배우들을 만나 수다를 나눕니다. 트위터 블루룸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 라이브 방송입니다. 생방송이 끝난 뒤에도 <씨네21> 트위터 계정(@cine21_editor)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85943832436576257)
휴게소를 터전 삼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흡연하다가 ‘여기 살면 어떨까, 사는 사람도 있겠지’ 생각했어요.” 이상문 감독은 지금은 금연에 성공했지만 한창 시나리오 쓸 때 여행을 즐기며 고속도로를 쏘다녔고 담배도 태웠다. 어느 날 담배를 벗 삼아 고속도로 휴게소를 살피다 휴게소에서 텐트를 치고 사는 기우(정일우) 가족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니, 잠은 텐트에서 잔다지만 식사는 어떻게? 남들은 가끔 먹어서 별미인 휴게소 음식이 바로 이 가족의 주식. 기우가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다가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2만원을 빌리면, 기우와 아내 지숙(김슬기), 딸, 아들 네 식구가 끼니를 해결하는 식이다. 이렇게 대책 없이 떠도는 가족을 표현하기 위해 정일우 배우는 수염을 깎지 않았고 머리를 길렀고, 김슬기 배우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 현장에 나타났다. 덕분에 휴게소에서 촬영하면서 알아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김슬기 배우가 “저희가 꾀죄죄하다보니 알아보는 분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편하게 휴게소를 활보했어요!”라고 말하자 정일우 배우가 맞장구를 친다. “알아보시는 분 있었어? 난 한명도 없었어!”
라미란에게 경배를
기우에게 2만원에 5만원을 더 얹어 총 7만원을 건네는 이가 있다. 라미란 배우가 연기한 영선, 기우 가족에게 어떤 전환점을 만드는 캐릭터다. “영선은 자식을 잃은 아픔이 있어요. 그래서 기우네 큰딸 은이에게 왠지 모르게 시선이 가요.” 이상문 감독은 영선에 대한 설명과 함께 라미란 배우가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는 비하인드를 살짝 밝혔다. 라미란 배우의 캐스팅으로 영화 제작에 활력도 생겼단다. 프리프로덕션에서 라미란 배우가 불러온 활기는 현장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후문. 정일우 배우는 “라미란 선배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놀리듯 밀당을 하면서 금방 친해지시더라고요. 아, 그 노련함!”이라며 추켜세웠고, 김슬기 배우는 후배들에게 매번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그의 면모를 소개하며 “미담을 고발합니다!(웃음)”라고 외쳤다.
정일우와 김슬기의 연기 도전
정일우는 <고속도로 가족>으로 15년 만에 영화 현장에 복귀했다. 복귀를 준비한 시간은 15년이었지만, 복귀작을 결정하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했다. “영화 출연이 오랜만이어서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복귀하고 싶었는데 선물과 같은 시나리오가 왔고 읽자마자 하겠다고 전화했어요.” 흥분도 잠시, 전화를 끊은 뒤 그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조커’ 같은 캐릭터 기우를 제대로 못해내면 두번 다시 영화를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기우는 그만큼 감정의 낙차가 큰 캐릭터다.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김슬기 배우도 <고속도로 가족>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빠르고 야무지게 대사를 표현하는 데 강점을 가진 그가 이번 영화에서 과묵한 엄마 연기에 도전한다. “코미디 연기를 잘하지만 그 안에 슬픔이 있는” 김슬기 배우를 눈여겨본 이상문 감독이 지숙 역을 청하며 시나리오를 건넸고, “내면의 다양한 면과 다양한 감정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이 항상 있었”던 김슬기 배우는 고속도로 위의 가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끝으로 배우로서 이번 작품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내가 어떤 연기를 하고 싶었나, 어떤 배우가 되고 싶었나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