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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로잘린’ ‘키미’ ‘웬델 & 와일드’ ‘프롬 스크래치'
2022-11-04
글 : 정재현

<로잘린>

디즈니+

이탈리아 베로나, 몬테규 가문의 로미오가 달빛 창가에 선 여인에게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 관객의 통념상 사랑의 수취인은 줄리엣이어야 맞지만 어쩐지 로미오가 줄기차게 외치는 이름은 로잘린이다. <로잘린>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로미오의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줄리엣의 사촌 로잘린의 시점에서 재서술한 코미디다. 원작과 달리 <로잘린> 속 로잘린은 자신이 없는 틈을 타 잠수 이별 및 환승 연애를 저지른 로미오에 분노해 새 커플의 파경을 도모한다. <로잘린>의 재해석은 현대적이다. 영화는 원작의 16세기 배경을 유지하며 <귀여운 여인>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음악을 천연덕스럽게 사용한다. 또한 로잘린은 귀족 영애의 모든 인습에 저항하며 원작의 성차별적 시선을 냉소하고 주인공들의 풋사랑을 염려한다.

<키미>

웨이브

키미는 인공지능 이름이다. 아믹달라사의 음성인식 비서 키미는 알고리즘에 의해 명령을 수행하는 타사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와 달리 자사 직원이 직접 오류를 수정한다. 아믹달라의 직원 앤절라는 모종의 사건으로 광장 공포증을 앓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며 오디오 스트림을 분석하던 중 앤절라는 성범죄 살인 사건의 증거를 입수한다. 인간과의 야외 대면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앤절라는 용기를 내 코로나19로 뒤숭숭한 세상 밖으로 외출해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키미>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트래픽>의 스릴을 유지한 채 만들어낸 코로나 시대의 <이창>이자 포스트 미투 시대의 <컨버세이션>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인류가 직면한 고립과 만인에 대한 감시, 새로운 방식의 연대를 장르 안에 모두 녹여낸다.

<웬델 & 와일드>

넷플릭스

악마 웬델과 와일드는 지옥의 수장 버팔로 밸저의 발모 크림이나 만들고 있지만 그들에겐 놀이동산 건설이라는 꿈이 있다. 한편 지상에선 소년원에서 갓 출소한 캣이 수년 만에 고향 러스트뱅크로 귀향한다. 캣은 새 학교에서 지옥의 악마를 지상으로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얻고 웬델과 와일드는 캣에 의해 지상에 소환된다. <웬델 & 와일드>는 강령술, 악마와의 계약, 방화와 살인 등 잔혹한 내러티브가 다수 포함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화사한 이야기와 거리가 멀지만 이 영화가 <코렐라인: 비밀의 문>의 감독 헨리 셀릭이 연출했으며, 동시대 미국 호러의 신성 조던 필이 각색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영화의 선택은 그리 놀랍지 않다. 영화는 제작진의 이름값이 보증하듯 아름답고 슬픈 호러다.

<프롬 스크래치>

넷플릭스

늦가을만큼 멜로가 제격인 계절이 있을까. 정통 멜로 제작의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요즘 누구나 울고 웃으며 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멜로 드라마가 새로 등장했다. <프롬 스크래치>는 200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한다. 예술가의 꿈을 꾸는 로스쿨생 에이미는 시칠리아 연수 도중 운명처럼 셰프 리노와 길 한복판에서 부딪치고, 그와 여러 일로 엮이며 사랑에 빠진다. 이들은 여러 현실적 제약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리노가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여행지의 사랑이 가져다주는 낭만과 연인과의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고 감내하는 아픔을 8부작을 거쳐 겪는 에이미의 궤적은 삶의 축소판이다. 모처럼 특수분장을 지우고 화면에 등장하는 조이 살다나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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