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동민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연구’였다. ‘깊이 있는 조사와 생각으로 진리를 따지는 일’이라는 ‘연구’의 사전적 정의는 그가 배역을 마주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그가 <옆집사람>의 찬우를 연구할 때 처음 파고든 것은 찬우의 정체성이다. “찬우가 시험에 합격해 진짜 경찰이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경찰공무원시험 장수생인 자신에게 무게를 두는지 고민했다. 찬우는 힙하고 유쾌한 것을 좇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시험 준비를 하는 나’로 합리화하는, 생각 없는 인물이다.” <첫번째 아이>에서 우석 역을 연구할 때도 그는 우석의 내면을 탐사했다. “우석은 이해도의 그릇이 편협한 인물이다. 그 무지한 편협함 안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우석은 늘 억울해한다.” 그가 연구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 표현이 ‘한 발짝 떨어져’인 것도 오동민이 가진 태도를 함축한다. <옆집사람>의 찬우가 뇌까리는 숱한 랩은 “기믹(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특이한 전략, 또는 그 전략에 이용되는 독특한 특징)에 가까운 재미 요소지만 영화 중반 급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빌드업”이고 <첫번째 아이>의 우석의 고압적인 모습은 “정아에게 미필적으로 상처를 주는 가해자”라며 배역의 특성을 영화의 기능으로 곧잘 객관화한다.
한편 오동민의 SNS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가공’이다. “스스로는 솔직하고 싶은데 배우랍시고 가면을 쓰는 게 멋쩍어 자조의 의미로 가공(架空)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또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편집해 올리면 팔로워들이 반응해주는 SNS의 생리가 가식으로 느껴져 다 가공(加工)된 것이니 나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농담으로 그 말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동음이의어의 가공(可恐)도 있지 않나. 지금은 내가 배우로서 줄 수 있는 좋은 영향을 잘 가공해, 가공할 만한 결과물을 내고 싶다.”
FILMOGRAPHY
영화 2022 <옆집사람> 2021 <첫번째 아이> 2021 <안녕하세요> 2019 <가장 보통의 연애>
드라마 2022 <법대로 사랑하라> 2022 <O’PENing–XX+XY> 2020 <출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