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에놀라 홈즈2’ 밀리 바비 브라운, 헨리 카빌, “여성들의 연대는 여전히 의미 있는 메시지”
2022-11-17
글 : 이자연
헨리 카빌, 밀리 바비 브라운(왼쪽부터).

-밀리 바비 브라운은 이번 <에놀라 홈즈2>의 프로듀서까지 맡았다.

밀리 바비 브라운 촬영하면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역할에 몰입해야 했다. 배우로서 영화의 크리에이티브 측면을 신경 쓰고 그를 중심으로 의견을 냈다면 프로듀서는 영화의 소재, 줄거리, 캐릭터 분석, 의상과 메이크업 등 더 큰 그림에 신경 써야 했다. 또 배우와 프로듀서의 개별 영역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했다. 때로는 에놀라로, 때로는 프로듀서로 관객이 무리 없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헨리 카빌 프로듀서로서 밀리는 최고였다. 젊고 재능 있는 배우가 재능을 발휘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내게도 고무적이었다. 특히 프로듀서는 많은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밀리는 연기뿐만 아니라 프로듀싱까지 병행하며 자기 자신을 확장시켰다. 밀리를 보면서 나도 어려서부터 프로듀싱 작업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했다. (웃음)

-셜록은 전편과 사뭇 다른 태도 변화를 보인다. 이전에 에놀라와 거리를 두고 그의 문제를 외면했다면, <에놀라 홈즈2>에서는 에놀라를 구해주고 도와주고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헨리 카빌 전편에서 많은 이들이 셜록이 에놀라를 외면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셜록도 에놀라를 신경 쓰고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다만 형 마이크로프트의 말이 막대한 영향을 끼쳐 그의 말을 따라야 했고 당시의 관념과 싸워야만 했다. 에놀라에게 “나는 네 보호자가 아냐. 마이크로프트의 말을 들어야 해”라며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하는 태도를 취해도 에놀라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의 편을 들어준다. 그 때문에 에놀라가 결국 기숙 학교를 도망치기도 하고. 이번 속편에서는 셜록이 에놀라의 도움을 받는다. 슬럼프에 빠져 자칫 큰일을 당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성인이 된 에놀라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를 구해준다. 두 남매간의 상호적 관계를 볼 수 있다.

-특히 자기애가 강하고 자존심이 센 셜록이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전편에서 어머니 친구인 이디스로부터 “너는 세상을 바꾸는 데 아무 관심이 없지. 너에겐 딱 좋은 세상이니까”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이디스에게 자신의 결함을 먼저 고백한다.

헨리 카빌 셜록이 이 영화에 아주 중요한 조연이라 생각하며 그 장면에 접근했다. 에놀라에게 필요한 조력자가 되는 것. 그게 중요했다. 셜록의 깊은 내면과 성숙함을 볼 수 있는 장면이면서도 동시에 에놀라가 어떻게 동력을 받아 활약해나가는지 그 진면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그 지점을 중심으로 분석해갔다.

-<에놀라 홈즈2>는 1888년 영국 성냥공장의 여성 노동자 파업과 여성 참정권을 향한 투쟁을 다루고 있다.

밀리 바비 브라운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특히 성냥공장 여성 노동자 파업은 그 당시 여성들에게 굉장히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면 영화관에 가지 못하는 여성들을 포함해 더 많은 시청자에게 가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이기도 하다. 역사라고 해서 그저 덮어둘 게 아니라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연결 고리를 더 단단히 만들어 직면해야 한다.

헨리 카빌 이 영화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계속 전해져야 하는 메시지다. 나 또한 셜록을 통해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맥락이 영화에 잘 스며들도록 하고 싶었다. 더구나 아름다운 영국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거라 믿었다.

-밀리 바비 브라운은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실제 사건에 대해 면밀히 조사했다고.

밀리 바비 브라운 파업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다. 특히 실존 인물이었던 세라 채프먼으로부터 의미 있는 메시지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주인공 에놀라를 중심으로 각색한 부분이 있지만, 에놀라가 이 사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썼다. 노동자 권리는 여성, 청년 그리고 아동 모두를 위해 중요하다. 이렇게 규모가 큰 작품으로 여성들의 아름다운 연대를 전하는 건 8살 때부터 배우 활동을 해온 나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에놀라 홈즈2>로 에놀라가 성인이 되었다. 이제는 에놀라의 어머니 유도리아(헬레나 본햄 카터)로부터 에놀라로 세대교체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에놀라는 많은 것을 유도리아에게 배웠지만 그럼에도 유도리아와는 또 다른 면을 보인다.

밀리 바비 브라운 유도리아는 에놀라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어머니의 전사를 유추하고 또 조사하기도 했는데, 유도리아는 아마 주부이자 아내가 되기 위한 교육을 시키는 학교에 다녔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에 아이를 낳고 키우며 자기만의 방식대로 교육시키려 했지만 남편이 사망하면서 그 바람을 이뤄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거다. 그런 유도리아의 열정을 전해 받은 에놀라는 더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보인다.

-엔딩에 이르러 셜록이 새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둘은 과연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셜록은 친구가 되기 어려운 인물이다. (웃음)

헨리 카빌 너무 어려운 일이다. (웃음) 그래도 셜록만의 친구가 되는 방식이 있다. 다만 친구가 될 순 있어도 친해지는 건 또 다른 일인 것 같다. 셜록은 인간관계를 독특하게 해석한다. 이 새로운 관계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다음에 연기로 셜록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에놀라 홈즈2>가 오늘날의 여성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밀리 바비 브라운 여성들이 자신에게 드높일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남성 중심적인 환경에서 그런 용기를 내는 건 쉽지 않지만 그럴 때일수록 친구와 가족, 그리고 주변의 여성들과 협력하고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 하나로 똘똘 뭉쳐 온 마음으로 지지하고 물러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영화가 여권 신장의 역사를 완벽하게 그리거나 여성들이 당장 직면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소하지는 않지만 오늘날에 여전히 적용할 수 있는, 연대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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