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놀라 홈즈>
넷플릭스
11월 초 공개돼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한 <에놀라 홈즈2>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시리즈의 첫편이다. 동시대 다른 여성들과 ‘같은 속옷(코르셋)을 입는’ 것을 거부한 10대 여성 에놀라 홈즈의 첫 모험을 다룬 영화다. 엄마 유도리아가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에놀라는 엄마를 찾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시대가 규정하는 틀에 맞춘 숙녀로 키우려는 천재 오빠들의 추적도 피해야 한다. 기본적으론 여타 ‘홈즈 시리즈’와 같은 추리물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영화 속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불합리한 현실을 꼬집고 있다. 어쩌면 <기묘한 이야기>로 이름을 알린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의 대표작을 갈아치울 수도 있는, 그 시작에 있는 영화.
<고독한 훈련사>
티빙
‘개통령’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명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은 고독하다. 언제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는지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개를 좋아했던 그는, 1999년 12월24일 고등학교 진학 대신 반려견 훈련소에 입소한다. 그로부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열렬히 개를 사랑해온 그는 지금의 인기를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지만, 유명세는 그에게 짐이기도 하다. 여러 매체에서 늘 ‘아쉬운 개’들을 혼내기만 해왔던 것에 지친 그는 이제 행복한 개를 만나고 싶다. 그의 첫 번째 행선지는 지리산 산내면의 귀촌 마을이다. 강형욱은 대한민국 상위 1% 이상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개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의 자신의 반려견과의 소통 방식을 되돌아본다.
<아테나>
넷플릭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경찰의 폭력으로 동생이 목숨을 잃자 군인인 형 압델은 침묵시위를 하려고 한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둘째 형 카림은 회견장에 화염병을 던진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카림은 본보기로 무고한 경찰관 한명을 납치해 본거지인 ‘아테나’에 숨는다. 압델은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카림을 찾아나선다. 올해 열린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으로, 프랑스 공권력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레 미제라블>의 레드 리 감독이 공동 각본으로 참여했다. 동의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지나 마침내 당사자로서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을 끈질기게 담아낸 영화다. 10분간의 원 컨티뉴어스 숏으로 이루어진 오프닝 시퀀스가 꽤나 압도적이다.
<형사록>
디즈니+
택록은 정년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베테랑 강력계 형사다. 그가 아직도 현장에서 직접 뛰는 이유는 뛰어난 수사/추리 능력 때문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윗사람에게 할 말을 하는 그의 완강한 성정 탓이기도 하다. 어느 날 택록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계략으로 동료 경찰을 살해한 용의자가 된다. 평생 셀 수 없이 많은 범죄자들을 감옥에 넣는 과정에서 수많은 적을 만들었던 택록은, 거의 다다른 자신의 커리어의 끝에서 그동안 자신이 머릿속으로 기록해온 ‘형사록’을 들춰보기 시작한다. 베테랑 연기자 이성민의 절정에 오른 연기와 그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는 엘리트 형사 진한을 연기한 진구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