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올빼미', 우직한 상상력이 추동한 뒷심 좋은 결말
2022-11-23
글 : 이자연

섬세하고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류준열)는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으로, 어의 이형익(최무성)의 도움을 받아 입궁하게 된다. 무엇이 됐든 보지도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말아야 하는 궁궐에서 맹인은 비밀이 많은 이들을 안심시키는 존재다.

하지만 경수 또한 남모를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가 ‘주맹증’이라는 사실.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인식하기 어려운 야맹증과 달리 주맹증은 빛이 밝게 비출 때 앞을 볼 수 없다. 한마디로 밝은 빛이 내리쬐는 낮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던 경수는 어두운 밤이 되면 앞을 볼 수 있게 된다. 모든 게 무탈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밤, 경수는 소현세자(김성철)가 독살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아무것도 못 보는 줄로만 알았던 맹인이 유일한 목격자가 된 상황. 문제가 조금씩 악화되면서 용의자로 지목된 경수는 억울한 누명을 벗고 진범을 밝혀내고자 눈이 보이는 밤 사이 혼자만의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올빼미>는 <인조실록>에 실린 ‘(소현세자가)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는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실제 역사에 가상의 인물을 결합해 촘촘한 상상을 덧대었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개해나가며 강한 몰입을 이끌어낸다. 특히 경수의 관점에서 밤과 낮의 시야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관객이 주맹증이라는 낯선 개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돕는다. 실제로 안태진 감독은 주맹증이라는 영화 설정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안과 의사에게 자문을 얻고 주맹증 환자의 이야기를 청취해 극중에 등장하는 주맹증의 디테일을 날카롭게 세공했다고 한다. 또한 용의자와 목격자라는 간극을 끊임없이 이동하며 스릴러의 숨 막히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숨기는 자와 찾아내려는 자가 만들어내는 빠른 전개에 압도되어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왕의 남자>(2005) 조연출을 맡았던 안태진 감독은 당시의 경험을 그대로 <올빼미>에 비추어 격동적인 이야기 사이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재현해냈다. 궁궐의 밤 풍경은 두려움을 자극하면서 동시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각 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반영한 의상이나 실내장식은 영화미술을 찬찬히 뜯어보며 감상하도록 한다. 특히 공간 구성의 특징이 인물의 심리 상태를 잘 드러내는데, 온화하고 수평적인 소현세자의 처소가 열린 형식이라면 불안하고 강압적인 인조(유해진)의 공간은 어둡고 폐쇄적인 형태를 띤다.

"너⋯ 눈이 바뀌었구나?"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8년 만에 돌아온 아들 소현세자로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갖게 된 인조가 건네는 말.

CHECK POINT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또한 <광해군일기> 2월28일 ‘숨겨야 할 일은 조보에 남기지 말라’는 한 구절에서 상상력을 더해 완성된 이야기다. 조밀하게 구성된 팩션의 힘을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왕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 극에 달했던 광해군 8년. 광해(이병헌)는 자신을 대신해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아 왕으로 내세운다. 진정한 의미의 통치자란 무엇인지 질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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