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을 하던 석우(곽민규)는 고향인 경남 진해로 돌아와 버스 기사로 일한다. 어느 날 그는 터미널에서 낯익은 뒷모습의 누군가가 흘린 MP3 플레이어를 발견하고 유실물 센터에 맡긴다. 유실물 담당자 영애(한선화)는 MP3 플레이어에 관심을 두는 석우에게 주인이 찾으러 올 때까지 보관하게끔 호의를 베푼다. 주인이 잃어버린 것이다, 버린 것이다, 라고 주장하던 석우와 영애는 고장 난 MP3 플레이어를 수리하러 퇴근길마다 뜻하지 않은 동행을 한다. 한편 다른 기사들이 휴게 시간에 탁구를 즐겨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석우와 영애는 모종의 계기로 지역 생활체육 탁구 대회에 동반 출전하기로 결심한다.
버렸으면서 잃어버린 척하는 것이라는 영화 속 대사가 알려주듯 작품은 유기와 유실이라는 개념을 전용해 인물간 만남과 이별의 관계를 그린다. 아직껏 이별이 없는 만남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어느 소설 속 문구처럼 인물들은 누군가를 짐짓 분실한 체하거나 의도와 상관없이 잃어버린다. 아버지와 졸혼을 선포하는 어머니, 영애를 짝사랑하지만 거절당한 최 기사, 탁구를 강요하던 아버지를 여읜 영애가 그러하고, 무엇보다 MP3 플레이어는 석우와 전 여자 친구 사이에 관계한 물건인 점이 그렇다. 상실을 다룰 때 짐작할 법한 느린 전개와 침착함을 이유로 자칫 진부할 거란 우려를 품은 것은 사실이지만, 걱정과 달리 작품은 더러 환상적인 국면을 포함하기도 하고, 영화에 관한 영화인 점을 드러내기도 하며, 스포츠영화로서의 면모도 있어 심심하지 않다. 특히 상실을 극복하는 일의 어려움을 진중하게 말하고 있어 믿음이 가고, 끝에서는 이별이 없는 만남의 이야기를 다시 꿈꾸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