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감독 피터 모건 / 출연 이멜다 스턴튼, 조너선 프라이스, 도미닉 웨스트, 엘리자베스 데비키 /플레이지수 ▶▶▶▷
어느덧 초로에 들어선 엘리자베스 2세(이멜다 스턴튼)가 아침부터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1953년 출항을 선포했던 왕실 전용 요트 ‘브리타니아’는 수명을 다해 퇴역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더 크라운> 시즌5는 노구가 된 여왕과 요트의 처지를 병치하며 90년대 영국 군주제의 불안을 가시화하기 시작한다. 밀레니엄을 앞둔 영국 신세대들은 과다한 왕실 예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찰스 왕세자의 왕권을 둘러싼 여론의 대립마저 심화된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사건은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세기의 이혼’이다. 국민의 총애를 받던 다이애나비가 왕실의 악독함을 공표하고, 찰스 왕세자의 명백한 불륜이 공공연히 드러나면서 둘은 본격적인 이혼 절차에 들어선다.
<더 크라운> 시리즈의 테마는 대개 하나로 집결된다. ‘왕족도 사람이야.’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유독 왕가의 인간적인 모습과 고민이 두드러진다. 군주의 신성과 고고함을 강조하던 엘리자베스 2세가 “‘아누스 호리빌리스’(끔찍한 한해)를 겪었다”라며 즉위 40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파경 과정에서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아량은 속세의 여느 부부처럼 무척이나 좁다. 그러나 시리즈는 왕족의 인간미에 따스한 시선을 견지하는 태도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다이애나비가 일반인과 극장 데이트를 하며 상대의 어깨에 머리를 뉘는 모습은 더없이 평화로운 일상의 풍경으로 그려진다. 마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가 극장에서 잠시간의 행복을 부여받았듯 말이다. 이는 실존 인물을 다뤄야 하는 작품이 그들에 대한 존중을 놓치지 않으려는 공통의 노력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