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네에서 각기 다른 카페를 운영하는 영란(류현경)과 호철(김주헌)은 한때는 경쟁 관계였지만 이제는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 부부다. 어느 날 영란은 살림을 합친 김에 자신의 카페가 훨씬 호황이니 호철의 점포를 정리해 하나로 합치자는 바람을 내비친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당장 카페 합병이 난처하다는 부동산의 통보를 받은 날, 영란과 호철은 집 앞에서 신상이 묘연한 소년 석(김신비)을 차로 친다. 석은 영란과 호철의 사고를 눈감는 대신 부부의 집에 당분간 신세 질 것을 요구한다. 석은 부부의 집에 머무르며 호철의 카페 일을 돕는다. 호철의 카페는 석이 일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전성시를 이루고 급기야 하루 매출이 영란의 카페를 앞서게 된다. 호철에게 카페 통합 문제로 큰소리친 것이 무색해진 영란은 초조한 날들을 보내던 중 석의 존재가 매출을 올려주는 요정이 아닐까 싶어 호철에게 석을 자신의 카페에서 일하게 해달라 요청한다. 그렇게 둘은 석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요정>이 지닌 산뜻함은 영화에 품을 법한 여러 예상들을 기분 좋게 빗나가는 데서 연유한다. 대개 영화에서 권태기 부부의 관계 봉합 장치로 기능할 법한 석은 오히려 우호적이던 부부의 경쟁을 부추기고 수면 아래에 있던 둘의 급소를 건드려 웃음과 연민을 끌어낸다. 일견 판타지처럼 보이는 제목과 시놉시스와 달리 영화는 지극한 현실을 사는 맞벌이 소상공인 부부의 삶을 촘촘히 그린다. 특히 영화에 자연스러운 현실감을 부여하는 데엔 배우 류현경과 김주헌의 기여가 크다. 지나치게 도식적인 플롯과 타협적인 결말 등 영화의 아쉬운 지점들이 두 배우를 거치는 순간 상쇄된다. 영화는 요술 같은 두 배우의 존재만으로 놀라운 입체감과 현실성을 획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