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봉예정인 <엘리멘탈>은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불의 캐릭터 엠버(리아 루이스)와 물의 캐릭터 웨이드(마무두 아티)의 만남과 우정을 그린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이다. <굿 다이노> 이후 7년만에 신작을 내놓은 피터 손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엘리멘탈>의 이야기는 어디서 처음 시작되었나.
=뉴욕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서 영감을 얻었다. 부모님은 1970년대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왔고, 나는 이곳에서 태어났다. 부모님과 함께 성장하며 겪은 모든 경험이 <엘리멘탈>의 출발점이다. 내가 비한국인과 사랑에 빠졌을 때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결혼은 한국인이랑 해야지! (웃음)” 이민자의 가족으로서, 역사적 배경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문화 충돌을 여러 번 겪었다. 타인을 사랑하는 과정은 결국 그 사람의 본질과 근원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일까. <엘리멘탈>의 세계관은 다양성이 중요해 보인다. 인물들도 물, 불, 땅, 공기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
=<엘리멘탈>은 쉽게 섞일 수 없는, 어쩌면 영영 섞일 수 없는 것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다. 부모님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아무 이유 없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반면 포용력 넓게 우리를 환대하고 도움을 준 분들도 있었다. 상반된 풍경이 동시에 벌어지는 게 어린 내 눈엔 흥미로워 보였다. 기질적으로 잘 합쳐지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거시적으로 통합되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한다.
-각기 다른 요소의 질감을 구현해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이렇게 힘든 작업은 없었다. 앞으로 이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 (웃음) 가장 중요한 건 그 속성의 질감뿐만 아니라 보편적 이미지까지 같이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불을 예로 들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불의 무서움이나 위압감까지 함께 담아내야 한다. 그 속성이 가진 감정적 면까지 그려내고 싶다.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몬스터 대학교> <버즈 라이트이어> 등 오랫동안 성우로 활약해왔다. 목소리 연기를 한 경험이 연출에 어떤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나.
=성우로서 많은 감독들과 작업하면서 인물의 결함을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정말 큰 배움이었다. <엘리멘탈>을 연출하면서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등장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또 그들이 가진 결핍과 약점에 어떤 촉매제가 될지 계속 고민했다. 그러려면 나 안에 혼자 갇혀 있어서는 안됐다. 계속해서 캐릭터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도록 마음을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
-엠버와 웨이드는 각각 불과 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반대 속성이다.
=제일 흔한 반대 속성을 가져오고 싶었다. 불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나. 성질머리, 열정, 근면 성실, 용기, 이성. 그와 반대로 물은 투명하고 갈등을 융통성 있게 대처하면서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성향이 연상된다. 이렇게 특정 성향의 이미지를 탐구하면서 느낀 게 있다. 두 성격이 부딪히고 갈등을 맞닥뜨리는 게 결국 다른 두 요소가 만나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과 같더라. 그런 면이 흥미로웠다.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관객이 어떤 점을 눈여겨보면 좋을까.
=엠버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면하고 들여다보는 과정을 관객이 함께하면 좋겠다. 자기만의 여정을 완성해나가면서도 부모를 존중해야 하고, 그 와중에 새로운 인물을 만나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이 그려질 예정이다. 어떤 면에서는 ‘부모를 어떻게 이해해나갈 것인가’라는 이야기라 볼 수 있겠다. 또 러브 스토리이기 이전에 시티 스토리이기 때문에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상호작용해나가는 모습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