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크리스마스 캐럴', 서럽고 불편하게 울리는
2022-12-07
글 : 김수영

크리스마스 아침, 월우(박진영)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온몸에 폭행 흔적이 있지만 경찰도 사회복지사도 월우의 죽음을 단순 사고로 처리한다. 쌍둥이 형 일우(박진영)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아 똑같이 되갚아주기 위해 복수에 나선다. 집요한 추적 끝에 일우가 용의자라고 확신하는 문자훈(송건희) 일당이 소년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일우는 제 발로 소년원에 들어간다. 일우에게는 어떤 작전도, 계략도 없다. 일우가 소년원에서 문자훈 일당을 만나자마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맨몸으로 달려들었다가 맞고 끌려 나가는 장면에서 관객은 일우가 가진 건 오직 처절한 분노와 복수심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일우는 목숨을 걸고 온몸을 내던지지만, 소년원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작동하는 힘과 자본의 논리에 또다시 당할 수밖에 없다.

소년원은 폭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보호해야 하는 세계다. 일우는 이곳에서 힘없는 자는 복수가 아니라 용서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폭력의 강도를 높일수록 더 센 반격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배운다. 이 배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폭주하던 일우를 멈칫하게 하는 것은 의외의 순간이다. 일우는 동생 월우가 당한 일을 파헤쳐가면서 그동안 자신이 외면해온 자신의 진짜 얼굴을 발견한다. 동생을 지킨다는 이유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일우 역시 복수하고자 하는 악당의 표정을 지어왔다. 복수극 혹은 액션 스릴러의 외피를 띤 소년의 성장담은 이 지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일우는 똑같은 폭력을 되갚아줘도 자신이 구원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닫지만 그에게는 이제 와서 복수를 멈춰 세울 선택권이 없다. 약자의 복수는 이렇게 통쾌함보다는 처절함을 안고 간다.

주원규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OCN 드라마 <구해줘>, 영화 <야수>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원작에 담긴 폭력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가져오되 소년들의 변화와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액션 신이 아니라 폭력 신이라고 명명할 만큼 폭력의 불쾌감을 목적으로 한 몇몇 장면들은 눈을 질끈 감게 만들지만 분노와 두려움, 공포와 갈등이 형형하게 일렁이는 배우들의 눈빛이 다시금 시선을 붙잡는다. 동생 월우와 일우를 연기한 박진영은 이전의 지적이고 젠틀한 이미지를 지우고 성난 짐승으로 완전히 변신했다. 바짝 깎은 머리와 독기 어린 눈빛은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의 에너지를 풍기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부딪혀 흔들리는 눈빛은 영락없이 소년의 것이다. 소년원 내에서 그의 편이 되어주는 상담 교사 순우 역의 김영민과 손환 역의 김동휘도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줄 수 없는 캐릭터지만 배우들 각각은 영화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증명해낸다.

"미안해. 주일우“

"주월우한테도 미안해? 주월우는 대체 뭐야?"

피해자는 월우지만 가해자들은 복수하는 일우에게 사과한다. 보복에 나선 일우가 신경 쓰일 뿐, 누구도 월우를 신경 쓰지 않는다. 복수극에서 복수를 벌이는 자에게만 집중하는 사이, 피해자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지 되묻게 하는 말.

CHECK POINT

<소년시절의 너>(2019)

실제 벌어진 학교 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한 중국영화로 부조리한 현실과 폭력에 상처받은 아이들이 서로를 지키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영화가 끝나면 아이들의 표정이 잔상으로 어른거린다. 냉혹한 현실을 다루면서도 상업영화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리스마스 캐럴>과 비교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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