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은 넘치는 아이디어와 능청스러운 말발로 압구정 일대를 누빈다. 그러던 어느 날 대국은 한때 잘나갔지만 누명을 쓰고 면허가 정지된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를 만나 일생일대의 사업 수완을 발휘한다. 그렇게 자신이 아는 압구정의 인맥을 모아 압구정 최고의 성형외과를 만들겠다는 대국의 계획은 얼렁뚱땅 진행된다. 병원은 대박나 손님들로 가득하지만, 성공을 맛보자마자 두 사람은 동상이몽에 잠겨 충돌하기 시작한다.
괜히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제 마동석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유사한 캐릭터가 서로 다른 영화를 관통하여 누비는 통합 장르가 되어버렸다. <압꾸정>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이 영화는 단독 작품이라기보다는 MCU의 에피소드 중 하나처럼 다가온다. 문제는 이번 에피소드가 너무 익숙하고 빤하다는 거다.
2007년 압구정동 성형외과를 무대로 K뷰티의 세계화를 꿈꾸는 이 소동극은 시끌벅적하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다. 상영시간을 채우는 건 익숙한 말장난과 상황극인데 잔펀치를 자주 날리다 보니 결정적인 한방이 좀처럼 터지지 않는다. 시종일관 “뭔 말인지 알지?”라는 대사를 입에 달고 있는데, 정작 캐릭터조차 지금 무슨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마동석이 주먹 대신 말로 때리는 유머는 나름 말맛이 살아 있고, 정경호, 오나라 등 배우들과 간간이 매력적인 호흡을 보여주긴 한다. 하지만 분량도 역할도 ‘마블리’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피로감을 피할 수 없다.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등 그동안 반복해온 마동석표 코미디의 열화판에 가깝지만 반대로 이런 익숙함이 즐거운 사람이라면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