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안>
디즈니+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두려운 존재와 부닥치는 도시 괴담 스타일의 공포영화다. 테스는 회사 면접을 위해 디트로이트 지역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는다. 그런데 숙소엔 키스라는 남자가 묵고 있다.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은 예약 중복이 서로의 잘못이 아님을 깨닫고 집을 공유한다. 그런데 집에서 자꾸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지고 급기야 지하실에선 용도를 알 수 없는 거대 땅굴이 발견된다. 괴기한 존재가 드러나는 점프 스케어 장면들은 그리 비범치 않다. 대신 주요 사건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상에서 불현듯 틈입하는 카메라의 기묘한 트래킹이나 예측 외의 편집들이 공포감을 자아낸다. 뚜렷이 구분되어 있는 플롯 전환의 기점과 서사적 반전들도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이야기의 늘어짐을 방지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
디즈니+
우주를 구한 스타로드 피터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찾아온 향수병이다. 지구의 따스한 연말 분위기가 무척이나 그립지만, 외계의 동료들은 크리스마스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이에 맨티스와 드랙스는 우울한 피터를 위로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감행한다. 바로 지구에 가서 피터가 늘 경배해 마지않던 영웅 케빈 베이컨을 납치해오는 것. 40분여의 짤막한 분량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맡아온 제임스 건 특유의 음악적 활력, 빠른 리듬의 코미디가 만발한다. 다소간의 갈등이 발생하지만 모두가 잠시나마 무작정 희망에 빠지고 싶어 하는 크리스마스 시즌답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더불어 피터와 맨티스의 남매 설정, 스타로드 무리의 현 거주지 등 본편의 팬들이 주목할 만한 요소까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왓챠
주인공 창욱(한석규)은 강좌를 진행하며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쓰냐’보다 ‘왜 쓰냐’에 있다고 말한다. 이런 창욱의 기치는 요즘 그가 몰두하는 요리에도 통용되는 듯하다. 최근 창욱은 별거하던 아내 다정(김서형)의 집에 돌아가 온갖 음식을 만들고 있다. 다정이 대장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창욱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창욱에겐 다정을 위해 요리한다는 행위의 이유가 마련된 셈이다. 그렇게 환자를 위한 저염, 무염 식단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창욱의 모습에 한석규의 나긋한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얹히면서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여기에 매회 잡채, 돔베 국수 등 구체적인 음식을 주제로 풀어가는 가족간의 이야기가 겹치며 담담하면서도 울림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루이 암스트롱: 블랙 & 블루스>
Apple TV +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이자 20세기 문화의 아이콘인 루이 암스트롱의 전기 다큐멘터리다. 작품 대개는 생전 루이 암스트롱의 영상, 사진, 인터뷰와 더불어 지인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일부러 현대 시점의 취재 영상이나 현존 인물들의 모습을 배제하고 푸티지로만 영화를 이어가 온전히 20세기의 시대상, 향취를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루이 암스트롱이 뉴올리언스의 흑인 빈민가에서 태어나 생을 마감한 1971년까지의 모습을 좇으면서 특별한 형식적 유희 없이 단순한 시계열적 구성을 따른다. 이처럼 다소 밋밋한 다큐멘터리의 방법론에도 불구하고 루이 암스트롱의 잇단 라이브 영상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획득한다. 오슨 웰스의 인터뷰나 <글렌 밀러 스토리> <상류사회> 출연은 당시 문화계의 파급력을 예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