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견왕: 이누오’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창작자는 표현 가능한 것이라면 모두 표현해야 한다”
2022-12-15
글 : 정재현
사진 : 백종헌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이 신작 <견왕: 이누오> 홍보차 한국을 찾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세아당의 동화가로 커리어를 시작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2004년 장편 데뷔작 <마인드 게임>을 시작으로 연출하는 장편애니메이션마다 화제를 모았다. <견왕: 이누오>엔 시각의 신명과 청각의 감흥을 동시에 유발하는 감독 특유의 작법이 넘실댄다.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을 만나 <견왕: 이누오>의 연출 방식과 장면에 담긴 의미, 예술관에 대해 물었다.

-전작들에선 보이지 않던 색연필, 목탄 필치의 예스런 작화가 눈에 띈다.

=전통적 방식의 작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색연필이나 목탄의 필치는 눈이 보이지 않는 토모나(모리야마 미라이)가 세상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 정안인이 후천적으로 시각 장애를 얻는 경우 본인이 아는 물체는 실루엣으로 흰 공간에 떠오른다고 한다. 부엉이 소리를 들으면 부엉이가 떠오르고, 쌀알 소리가 나면 쌀이 연상되는 식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물체를 상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해 그런 터치가 들어갔다.

-견왕(아부짱)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적 특징과 탁월한 춤 실력 때문에 신체 동작이 독특할 수밖에 없다. 견왕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있나.

=견왕의 신체적 특징이 그의 움직임에 있어 마이너스 요소가 아닌 플러스 요소로 보이도록 노력했다. 팔이 굉장히 긴 견왕은 아무도 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다. 팔만 뻗으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고 물구나무서기도 남들이 할 수 없는 형태로 할 수 있다. 견왕의 아버지는 그의 춤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입장에서 그 춤은 정통파의 춤이라기보다 이단의 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을 하는 이들은 견왕의 춤에 흥을 느끼고 자극을 받는다. 한 사람의 특질이 그의 세계를 이해하는 이들에게 감탄과 찬사를 부를 수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다.

-견왕이 표주박 가면을 마침내 벗을 때 관객이 어떤 감정이길 바랐나.

=생각보다 견왕의 얼굴이 아름답지 않아 의아하길 바랐다. 영화에도 ‘가면을 벗으면 궁극의 미가 나온다’라는 대사가 있지 않나.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 나오리라 기대할 수 있지만 그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아름다움은 아니었으면 했다. 얼굴의 주요 컬러가 녹색인 점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얼굴에 잘 칠하지 않는 색을 배치하여 초록 점인 듯 초록빛으로 화장을 한 듯한 위화감이 느껴지길 바랐다.

-견왕의 목소리를 녹음한 아부짱의 노래가 가히 압도적이다. 녹음 과정 중 에피소드가 있었나.

=음악감독 오토모 요시히데가 아부짱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 않고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심플하게 작곡했다. 가창 방식도 아부짱에게 최대한 맡겼다. 아부짱이 언젠가 “노래는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목청에서 피가 날 정도로 노래해야 하니까!”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아부짱은 목이 매우 튼튼한 사람인데도 목이 다 쉴 정도로 노래를 연습했다. 모리야마 미라이의 노래에도 여러 코멘트를 해줬다.

-망령 토모나의 회상으로 보이는, 여러 시대의 일본 풍경을 교차 편집한 오프닝 시퀀스에 관한 설명을 듣고 싶다.

=혹시 노가쿠의 춤 속도가 시대별로 달랐던 것을 아나. 언젠가는 굉장히 느렸고 언젠가는 3배 정도 빨랐다. 그 점에서 편집의 리듬을 착안해 토모나의 회상도 어느 시점은 빨리 돌아가고 어느 시점은 느리게 돌아간다. 초당 8프레임을 사용한 마을의 역사 교차 편집은 우리 팀의 젊은 스탭인 야마시로의 수고로 완성된 장면이다. 그에게 교토의 어느 마을을 지정해준 뒤 그곳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해오라는 과제를 내줬다. 빠르게 변하는 마을이 아시카가 요시미쓰의 무덤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영화 결말부에는 예술가가 지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력자의 검열과 억압이 등장한다. 예술가가 지녀야 할 자유의식이 있다면 무엇인가.

=창작자는 표현 가능한 것이라면 모두 표현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토모나처럼 목숨까지 걸어가며 예술가로 살아가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예술의 내용과 창작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답하겠다.

-토모나와 견왕은 친구의 이야기든, 망령의 이야기든 이야기를 모아 공연한다. 토모나와 견왕을 보며 새삼 감독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당신도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의 방식으로 재탄생시키지 않나. 당신에게 영화화하고 싶은 이야기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두 인물이 이야기에 두는 가치가 다르다. 토모나는 예술의 형태로 견왕의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 반면 견왕은 그런 목적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하는 데 부차적 수단으로 망령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토모나는 다른 걸 노래하라는 쇼군의 압박을 납득할 수 없었고, 견왕은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 쇼군의 정책에 영합할 수 있었다. 나는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모으고 싶진 않다. (웃음) 하지만 내게 즐거운 이야기라면 남에게도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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